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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열돔’에 갇힌 한반도

[이규섭 시인님] ‘열돔’에 갇힌 한반도

by 이규섭 시인님 2021.07.23

덥다. 폭염이 푹푹 찐다. 삼복더위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건 당연한데도 요즘 날씨는 종잡을 수 없이 이상하다. 장마철에 장맛비가 많이 내리지 않은 기상이변이다. 7월의 장마 시작도 1982년 이후 39년 만의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 3일부터 중부와 제주에서 동시에 시작된 장마는 19일 사실상 끝나 17일에 불과하다. 1973년 6일과 2018년 16일에 이은 역대 세 번째로 짧은 장마다.
지각 장맛비는 초반부터 남부 지방에 집중호우를 퍼부으며 심통을 부렸다. 장마가 일찍 끝난 건 한반도 주변에 있는 저기압이 장마전선을 동서로 갈라놓으면서 비구름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소나기만 요란하게 내렸다.
장마가 끝나면서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낸다. 한낮의 열기가 식지 않은 채 아침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날이 이어진다. 이열치열이라고 잠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근린공원에 나가 땀을 흘리고 나면 오히려 개운하다.
폭염에 비상경고등이 켜졌다. 지금까지의 폭염은 맛보기에 불과하다니 두렵다. 한반도가 열돔에 갇혀 강한 불볕더위가 몰려올 것이라는 예보다.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고온 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덮으면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나타났다. 열돔현상으로 햇볕에 뜨거워진 지열이 쌓이고 이때 부는 동풍은 열기를 부채질한다.
이에 따라 올여름 더위가 역대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지난 1918년과 비슷하거나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상태다. 그해는 열사병 등 온열 질환자 48명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적 폭염이었다. 그보다 더 센 역대급 폭염이 될 것이라니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힌다. 더구나 코로나 셧아웃에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니 불가마가 따로 없다. 거리에 나서면 아스팔트 열기와 겹쳐 도시가 한증막 같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 부채 하나로 여름을 나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 나무그늘에 앉아 매미소리만 들어도 청량하다. 나뭇잎 사이를 스쳐가는 공기는 보송보송하다. 더위에 지치면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냇물에 풍덩 몸을 던진다. 서늘하고 짜릿한 기운이 온몸에 퍼진다. 입술이 파랗게 질리면 바위에 걸터앉아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을 망연히 바라본다. 마음도 구름 따라 하염없이 흘러갔다.
나이 들면 면역력이 떨어져 더위에 쉽게 지친다. 틈틈이 에어컨을 틀고 선풍기를 돌려도 바람이 후덥지근하다. 전기료 걱정에 전력대란 위기가 커진다는 보도까지 겹쳐 에어컨도 마음대로 켤 수 없다. 정부는 전력이 부족하다며 공공기관부터 오후 2∼5시까지 교대로 에어컨을 끄라고 권유하는 실정이다.
전력 수급보다 더 걱정되는 게 온열 질환이다. 온열 질환은 고온 환경에 노출되어 열 때문에 생기는 응급질환이다. 열경련, 열탈진, 열사병 등 다양한 증세로 나타난다. 바깥에서 활동하다 두통이나 메스꺼운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가 처치를 받는 게 좋다. 물은 충분히 마시고 그늘진 곳에서 직사광선을 피하는 것도 예방이다. 모두가 무탈하게 뜨거운 여름을 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