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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채찍과 당근

[정운 스님] 채찍과 당근

by 정운 스님 2018.05.24

올해 봄, 다양한 나무와 꽃들을 몇 가지 샀다. 장미꽃도 종류별로 두 가지, 그 외 이름 모를 야생화, 잎이 무성한 나무들과 난 화분이 포함되어 있다. 거실과 집 밖, 주변이 나무와 꽃으로 풍성하다. 물론 이전부터 키우던 나무와 난 화분도 적지 않다. 20여년된 행운목, 10년 된 관음죽, 금란죽, 그 외 넝쿨 잎 등 다양하다. 그런데 이 나무와 꽃을 키워보니, 이 식물마다 타고난 종자가 다른 탓인지 그 성향이 모두 제각각이다.
무성한 잎들은 추위와 더위에 잘 견디는 것도 있지만, 어느 잎들은 조금만 추위에 노출되면 이파리가 죽는다. 나무도 그러하다. 춥거나 더운 장소에 상관없이 잘 크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조금만 추운 곳에 두면 죽는 경우도 있다. 물론 꽃도 마찬가지이다. 햇빛과 바람이 꼭 있어야 꽃잎이 무성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잘 크는 꽃이 있다. 또 수분을 받아들이는 것도 모두 제각각이다. 한편 식물의 한 부분이 죽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 부분을 자르거나 다듬어주지 않으면 안된다. 곧 식물마다의 품종에 맞춰 수분을 공급해주거나 위치에 두어야지 천편일률적으로 다룰 수 없다.
그런데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마다 성격과 취향, 취미 등이 모두 제각각이다. 살아온 출신 배경이나 유전자ㆍ교육 환경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제각기 다양하다고 하면 맞을 듯하다. 그러다 보니, 혹 문제가 생길 경우 천편일률적으로 학생들을 똑같이 다룰 수 없다. 그 학생들마다의 성향에 맞추어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식물을 키우면서 다시 한번 교육을 생각해볼 기회이다. 불교 경전에 이런 내용이 있다. 말을 조련하는 사람이 부처님을 찾아왔다. 부처님이 먼저 그에게 물었다.
“말을 길들이는 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당근을 주어가며 부드럽게 다루고, 둘째는 채찍을 사용해 엄격히 다루며, 셋째는 부드러움과 엄격함을 골고루 섞어서 다룹니다.”
“혹 세 가지 방법으로 길들여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합니까?”
“쓸모없는 말이니, 죽입니다. 부처님은 몇 가지 방법으로 제자들을 지도하십니까?”
“나도 세 가지 방법으로 합니다.”
“세 가지 방법으로 제자가 지도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합니까?”
“나도 죽여 버립니다.”
“어찌 존엄하신 부처님께서 사람을 죽입니까?”
“내가 죽인다고 하는 것은 그와 말을 하지 않는 것이며, 제자들에게도 그에게 말 걸지 말라는 것입니다.” - <잡아함경>
식물이나 동물조차도 그 타고난 종자와 성향에 맞추어 다뤄주어야 하는데, 어찌 하물며 사람 교육이겠는가?! 그러니 내 방식대로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학생을 교육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서 어느 때는 당근이, 어느 때는 채찍이, 어느 때는 적절한 방편이 필요함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