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피니언

오피니언

[한희철 목사님] 하늘을 나는 거미

[한희철 목사님] 하늘을 나는 거미

by 한희철 목사님 2018.06.27

언젠가 ‘민들레’라는 동화를 쓴 적이 있습니다. 머잖아 엄마 품을 떠나게 될 까만 씨앗들에게 엄마가 마지막으로 몇 가지 당부의 말을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엄마가 씨앗들에게 하는 당부 중에는 ‘가벼움’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몸이 가벼워야 바람을 탈 수 있으니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지요. 목이 마르더라도 몸에 묻은 이슬을 털어버려야 바람을 탈 수 있고, 그래야 자기 땅을 찾아갈 수 있다고 당부합니다. 가볍지 않으면 바람을 탈 수 없는 것이니, 씨앗들로서는 새겨들어야 할 말이었겠지요.
가장 높이 그리고 멀리 나는 새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알바트로스를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멀리 나는 곤충을 물으면 딱히 떠오르는 곤충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거미의 장거리 비행에 관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뜻밖에도 수백km 바다도 건너는 뛰어난 이동능력을 가진 거미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연의 신비 중에는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놀라운 것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단조롭게 거미줄만 왔다 갔다 하는 줄 알았던 거미가 바다를 건넌다니, 새로운 경이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해저 화산의 폭발로 대양에 새로 생긴 섬에서 처음 발견되는 생물은 십중팔구 거미라 합니다. 거미는 수백km의 거리와 4500m 상공으로 비행하는 이동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거미는 알집에서 많은 새끼가 깨어났을 때, 또는 성체가 먹이나 짝을 찾아 새 서식지를 찾을 때 비행을 시도한다고 합니다. 이륙에는 두 가지 자세가 있는데, 바람이 잘 부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끝에 올라 배 끝을 하늘로 최대한 쳐드는 ‘발돋움’ 자세와 거미줄에 매달린 상태에서 비행을 시도하는 ‘표류’ 자세입니다.
정말 특이한 것은 두 자세 모두 낙하산 모양의 거미줄을 통해 날아간다는 것입니다. 거미는 날아오르기 전에 적극적으로 바람의 상태를 평가한다고 합니다. 강한 바람이 불 때를 기다려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바람의 상태를 살펴 스스로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날아오를 지점에서 바람의 상태를 다리에 난 강모로 느낍니다. 괜찮다 싶으면 앞다리를 하나 또는 두 개 들어 올려 8초쯤 풍속을 잽니다. 적당한 이륙조건이 갖춰졌다고 생각하면 자세를 바꿔 꽁무니를 바람 아래 방향으로 올린 뒤 지극히 가느다란 거미줄을 50∼60가닥 공중으로 펼칩니다. 바람에 날린 거미줄은 서로 엉키지 않고 연처럼 삼각형 모양의 연처럼 떠올라 거미는 자신의 몸을 공중에 띄울 수가 있는 것이지요.
거미는 미세한 규모의 유체역학을 이용해 약한 상승기류를 가지고도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는데, 공중에 떠오른 거미는 제트기류를 포함한 본격적인 기류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거미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민들레와 거미가 그렇듯이 우리 또한 마음을 가볍게 비운다면 새로운 세상으로의 비행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