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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

[한희철 목사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

by 한희철 목사님 2018.07.04

말을 가만히 살펴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귀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는 것과 듣는 것에 관한 말만 해도 그렇습니다. 듣는다고 모두가 같은 것을 듣는 것이 아니고, 본다고 같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귀담아듣는 것이 있고, 귓등으로 듣는 것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아 보여도 듣는 마음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것이지요.
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소 닭 보듯이’ 볼 수도 있고, 눈여겨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심리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 이런 차이는 한문에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문에는 보는 것과 관련하여 見(견), 視(시), 觀(관), 看(간), 覽(람) 등 다양한 단어가 있습니다. ‘견’(見)은 사물의 외형이나 현상을 자기식대로 보는 것이어서, 의견과 견해의 차이로 인해 갈등과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내 눈에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니, 얼마든지 다른 사람이 보는 것과는 다를 수가 있습니다.
‘시’(視)는 어떤 입장에서 보는 것으로, 보는 입장에 따라 시각차가 드러나게 됩니다. 노사(勞使) 간의 갈등도 어느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생각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납니다. 시각의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관’(觀)은 중심에서 보는 것으로, 꿰뚫어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겉이 아니라 속을 응시하는 것으로, 통찰을 하는 것이지요. 중심에서 바라보니 한쪽으로 치우치는 우를 범하지 않습니다.
‘간’(看)이라는 글자 모양을 보면 ‘눈 목’(目)자 위에 ‘손 수’(手)자를 얹었습니다. 눈 위에 손을 대고 바라보는 형상입니다. 손으로 빛을 가리며 자세히 살펴보는 모습으로 세심하게 살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그냥 대충 보아 넘기는 것은 우리는 ‘간과(看過)한다’고 말합니다.
‘람’(覽)은 살펴보고 견줘 보는 것인데, 미술 전람회(展覽會)나 도서 열람실(閱覽室)의 ‘람’(覽)이 바로 이에 해당이 됩니다.
우리 속담에 ‘고운 사람 미운 데 없고, 미운 사람 고운 데 없다.’라는 속담 있습니다. 내 마음에 드는 고운 사람은 어떤 모습을 보아도 좋게 보입니다. 실수를 해도 귀엽게 보입니다. 그 사람이 좋으니까요.
하지만 미운 사람은 다릅니다. 어떤 모습을 보아도 고운 구석이 없습니다. 좋은 일을 해도 그 모습조차 미워 보입니다. 그 사람 자체가 미우니까요. 많은 경우 사람들은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보고 싶은 대로 보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한 선비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정확하게 듣고 가장 분명하게 보는 것, 그것은 사랑으로 듣고 사랑으로 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