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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애벌레가 나비가 되다

[정운 스님] 애벌레가 나비가 되다

by 정운 스님 2018.10.23

히말라야산이 높고 높아 봉우리가 보이지 아니하고,
바닷물은 깊어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흙을 뒤집고 먼지를 털어도 찾을 수 없는데
머리 돌려 부딪히니 바로 자신이로다[回頭撞著自家底].”

위 내용은 불교 어록 가운데 하나인 <선림유취>에 실린 내용이다. 마지막 구절의 한문 ‘당착자가撞著自家’는 우리가 흔히 쓰는 ‘자가당착自家撞着’과 같은 의미이다. 자가당착은 한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앞뒤가 서로 맞지 않고 모순되는 것으로 확대 해석되었다. 하지만 원래 ‘자가당착’은 자기 자신 속에 담겨 있는 참된 자기[본성]를 깨닫지 못하고, 외부에서 구하는 어리석은 자를 말한다. 결국 참 마음은 자신 내부에 있는 것이니 멀리서 찾지 말고, 자신에게서 찾으라는 뜻이다.
동양에서는 자신이라는 존재를 찾기 위해 봄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묘사한다. 곧 어떤 사람이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녀도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니, 자신의 집 뒤뜰에 매화꽃이 피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서양에서는 파랑새에 비유하는데, 파랑새를 찾아 온종일 쏘다니다 집에 돌아오니, 자신의 집 마당에 파랑새가 날고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멀리서 찾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먼저 자신 내부에서 구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존재인지를 인식해야 한다. 자신의 참된 마음, 자신만의 깊은 본질은 어느 누구에게서도 방해될 수 없고, 해칠 수 없는 고유 영역이다. 트리나 폴러스(Trina Paulus)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에서도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단지 솜털투성이의 한 마리 애벌레뿐인데, 나의 내부에 그리고 당신 내부에 한 마리의 나비가 들어 있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어요?”라는 내용이 있다. 이 작가가 표현한 ‘내부에 있는 한 마리의 나비’를 불교에서는 불성佛性이라고 부른다. 물론 여러 단어가 있는데, 대표적인 단어가 불성이다. 곧 어느 누구나 인성의 참 본질을 갖고 있어 위대한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어떤 능력이든 간에 결국 자신이 갖고 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은 믿으면서 인간이 명상이나 수행을 통해서 성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왜 믿지 않을까?
다른 방향에서 한번 보자. 이 세상 삶의 모든 길은 자신에 의해 시작된다. 살아가는 모든 희로애락이 자기로부터 생겨난다. 인생의 참 본질을 자신이 갖고 있듯이 자신을 구제할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어떤 무엇도 의존하지 말라. 그대의 참 행복을 그대 스스로에게서 찾으라. 태국 아짠차(1918∼1991) 스님의 말씀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깨달을 수 있는) 길은 다른 곳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멀리 떨어진 어떤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의 몸과 마음속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