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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눈부시고 아름다운 발명품

[한희철 목사님] 눈부시고 아름다운 발명품

by 한희철 목사님 2018.10.24

지금 앉아 있는 창밖으로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오래되어 낡은 건물을 해체하는 소리가 가깝게 들립니다. 4층이었던 건물이 며칠 사이에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건물의 키가 낮아지면서 건물 뒤편에 있던 나무들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건물 뒤편에 작은 동산이 있는 줄은 전에는 몰랐던 일입니다. 해체하지 않으면 새로 지을 수 없는 것, 그 당연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덩치가 엄청난 포클레인이 연신 몸을 움직이며 작업을 합니다. 포클레인이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밥숟가락을 옮기듯이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합니다. 동작 하나하나가 사람의 손과 다르지 않다 여겨지기 때문이지요.
온갖 기계가 발달되고 발명이 된 세상에서 어찌 포클레인이 감탄을 살 일일까만, 제가 본 모든 기기 중 가장 감탄스러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오래전 강원도에서 살 때였지요. 사방 산들이 단풍으로 물들어가던 어느 날, 마을에서 가장 높은 산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산 위에 올라 동네 모습을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동네에서 벗어나 산의 품으로 들 때였습니다. 어디선가 “탕!”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총소리하고는 다른, 전혀 짐작할 수가 없는 소리였습니다. 그 조용한 골짜기에 그런 소리가 들릴 일이 없다고 여겨지는 낯선 소리였지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소리의 정체를 알 수가 없어 다시 걸음을 옮길 때였습니다. 그 순간 다시 한 번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너무나 궁금한 마음이 들어 걸음을 멈추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잠시 후 같은 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찾아갔고, 그때 나는 참으로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대단한 것을 본 것처럼 호들갑을 떨 듯 말하지만, 실은 더없이 허술한 장치였습니다. 위에 있는 논의 물을 작은 호수를 통해 아래쪽 논으로 흘려보내는데, 그 물이 떨어지는 곳에 막대기 한 쪽 끝에 매단 플라스틱 병이 받고 있었습니다. 가운데 배를 가른 병으로, 위에서 떨어지는 물은 병에 물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병에 물이 차자 그 무게로 병을 매단 부분이 아래로 떨어지는데, 그러면 반대편 막대기는 위로 솟구쳤습니다. 솟구치는 막대기 끝부분에는 빈 깡통이 있어, 그 순간 막대기가 빈 깡통을 울려대는 이치였습니다. 물을 쏟은 플라스틱 병은 위로 솟아올라 다시 물이 찰 때를 기다렸고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같은 동작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멧돼지나 고라니 등 산에서 내려오는 짐승을 쫓기 위한 가장 단순한 기구는 전기나 배터리도 없이 혼자서 제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산 다랑이 논을 놀리지 않고 땀으로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가 당신의 논을 지키기 위해 만든 도구였습니다. 사람의 발길 잘 닿지 않는 곳에도 벼를 심고 황금빛으로 키우신 할아버지가 만든 그 허술하고 간단한 도구야말로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가장 눈부시고 아름다운 발명품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