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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대표님] 모두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니라자나

[김재은 대표님] 모두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니라자나

by 김재은 대표님 2018.11.08

가을 잎들이 우수수 속절없이 떨어진다.
작은 바람 한 점에도 비가 되어 내리니 낙엽비라고 해도 될 듯하다.
봄비, 가을비, 겨울비에 더해 봄에는 꽃비가 가을엔 낙엽비가 있다는 것이 괜시리 좋다.
다른 비에 비하여 꽃비나 낙엽비는 대지에 스며들거나 흘러내리지 않고 포도 위에 흩날리거나 수북이 쌓여있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다 이내 흩어지고 만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낙화나 낙엽에 대한 시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엊그제 한 해가 시작된 듯한데 벌써 11월이다. 가을의 끝이자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시절, 가을도 아닌 겨울도 아닌 경계의 담장 위에서 서성이다 보니 다른 달보다 무심하게 보내버린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10월의 좋은 시절이 가자마자 12월 송년회나 성탄절 분위기로 가버리다 보니 11월은 늘 주인공이 아닌 ‘지나가는 행인’의 시간들로 취급하기 일쑤였다는 생각도 든다.
나 또한 거기로부터 크게 자유로웠던 것 같지 않고.
그러던 차에 언제였을까. 인디언의 달력을 만나고 나서 내 생각이 달라졌다.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고 핍박을 받아 이제 존재조차 희미해져가고 있는 인디언들은 자연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그대로 체화하여 물 흐르듯 바람이 불어가듯 순리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삶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바로 인디언 달력이다.
인디언 달력에서 11월은 풀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크리크 족), 산책하기 알맞은 달(체로키 족), 아침에 눈 쌓인 산을 바라보는 달(위쉬람 족), 만물을 거두어들이는 달(테와 푸에블로 족)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중에서 압권은 바로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아라파호족)이다.
11월을 이제 한 해가 다 가고 있구나 생각하며 어영부영하며 살았는데, 지혜로운 인디언 부족들은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기는 하지만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니’라며 11월을 새로운 기회의 시간, 희망의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해를 헛되이 보낸 것 같아 괜히 후회하고 낙심했을 누군가에게 얼마나 힘이 되고 용기를 주는 말인가. 모두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니 그 무엇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얻는 것이 있다면 ‘행운의 보너스’가 될 것이기에.
세상은 끝없이 변해간다. 영원할 것이라 여겨진 그 무엇도 끝내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사라져 간다는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굳건한 삶의 이치, 자연의 원리이다.
이를 거슬러 어찌 해보려다가 많은 사람들은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곤 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기 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이다.
무상(無常)의 원리는 그래서 ‘지금 나의 삶’에 죽비를 내리치는 경구이자 일상에 깨어있도록 하는 지혜를 선물한다.
모두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11월, 지나가버린 아쉬운 시간에서 눈을 떼고 나만의 새로운 시작을 해보면 어떨까. 모두가 사라지기 전에.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라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