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섭 시인님] 그래, 지금이 참 좋다
[이규섭 시인님] 그래, 지금이 참 좋다
by 이규섭 시인님 2018.11.16
‘내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이다. 부모로서의 책임과 의무감에서 벗어나 편안하다. 손자가 태어나고 딸이 내 집을 마련하여 이사를 했다. 가족과 함께 단풍 나들이를 하고, 건강한 몸으로 도서관에 나와 책을 읽고 문화강좌를 들으며 재충전할 수 있어 참 좋다. 서울 강남의 한 도서관 미디어강좌에서 60대 여성 수강자가 쓴 ‘내 인생의 황금기’다. ‘버킷리스트도 가족과 함께 오로라 보러 가기, 중국 황제 음식 맛보기 등 독특하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신문 만들기’ 과제를 통해 ‘내 인생의 황금기’와 ‘나의 버킷리스트’는 필수 콘텐츠로 넣어 달라고 주문했더니 참가자 모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수강생들은 50∼70대로 ‘다시 태어난다’는 리본(Re born) 세대들이다. 잘 나가던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제2의 인생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자는 취지다.
천주교 성지순례 111곳 목표가 70% 정도 달성됐다는 70대 여성의 의지도 돋보인다. ‘시어머니와 할머니가 된 삶은 또 다른 세계를 열어줘 행복하다’는 60대, 영문 원서를 옆구리에 끼고 꿈을 키우던 학창 시절을 그리며 낙엽으로 신문을 곱게 꾸민 또 다른 60대는 소녀 감성이 물무늬처럼 번진다. “주중의 오후, 도서관에 나와 책을 읽고 문화강좌를 듣는 여러분들은 지금 행복한 분들이 맞다”고 강평했다. 20시간의 강좌를 진행하면서 ‘잠자는 의식의 촉을 깨우자’는 콘셉트가 소기의 성과를 거둬 흐뭇하다.
내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였던가?. 돌이켜 보니 나 역시 지금이다. 직장생활은 치열했던 만큼 성취감도 높았지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면 끔찍하다. 숨통을 조이는 마감시간에 쫓기며 경쟁하고 싶지 않다. 인생의 황혼 길로 접어드는 칠십대, 빈 가지를 드러내는 나목처럼 삶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퇴직 무렵 무서리 내린 빈 들판에서 허공을 허허롭게 바라보는 심정이었으나 들판에서 세상으로 나가는 징검다리는 늘 내 앞에 놓였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신문을 활용한 교육(NIE) 강의를 통해 교실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시들어가는 육신에 푸른 피를 감돌게 한다. “활동을 하셔서 건강해 보인다”는 시니어 수강자의 칭송이 설령 빈말이라도 듣기는 좋다. 1년에 한번 해외여행을 떠나자는 버킷리스트를 지킨 것도 뿌듯하다. 여행은 여전히 설렘이다. 부담을 안고 떠나는 취재 여행과는 달리 홀가분하다.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은 세월의 눈높이만큼 보인다.
내년에 초등학생이 되는 손자는 내 인생의 황금기를 빛내는 행복바이러스다. 조손 관계는 젤리처럼 쫄깃달콤하다. 할아버지에 대한 관심은 안경으로도 가늠된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을 읽을 때 안경을 끼면 “안 이뻐”하며 다가와 벗긴다. 올 들어 할아버지 나이를 묻더니 ‘이쁘다’는 개념이 아무래도 어색한 듯 “안 어울린다”며 벗으라고 한다. 요즘은 “이상해”로 바뀌었다. 인식의 변화와 함께 말도 자란다. 목욕탕도 그냥 따라가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좋아하니까 따라가 준다는 의미로 바뀐다. 행복은 현재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건 불변의 진리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신문 만들기’ 과제를 통해 ‘내 인생의 황금기’와 ‘나의 버킷리스트’는 필수 콘텐츠로 넣어 달라고 주문했더니 참가자 모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수강생들은 50∼70대로 ‘다시 태어난다’는 리본(Re born) 세대들이다. 잘 나가던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제2의 인생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자는 취지다.
천주교 성지순례 111곳 목표가 70% 정도 달성됐다는 70대 여성의 의지도 돋보인다. ‘시어머니와 할머니가 된 삶은 또 다른 세계를 열어줘 행복하다’는 60대, 영문 원서를 옆구리에 끼고 꿈을 키우던 학창 시절을 그리며 낙엽으로 신문을 곱게 꾸민 또 다른 60대는 소녀 감성이 물무늬처럼 번진다. “주중의 오후, 도서관에 나와 책을 읽고 문화강좌를 듣는 여러분들은 지금 행복한 분들이 맞다”고 강평했다. 20시간의 강좌를 진행하면서 ‘잠자는 의식의 촉을 깨우자’는 콘셉트가 소기의 성과를 거둬 흐뭇하다.
내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였던가?. 돌이켜 보니 나 역시 지금이다. 직장생활은 치열했던 만큼 성취감도 높았지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면 끔찍하다. 숨통을 조이는 마감시간에 쫓기며 경쟁하고 싶지 않다. 인생의 황혼 길로 접어드는 칠십대, 빈 가지를 드러내는 나목처럼 삶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퇴직 무렵 무서리 내린 빈 들판에서 허공을 허허롭게 바라보는 심정이었으나 들판에서 세상으로 나가는 징검다리는 늘 내 앞에 놓였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신문을 활용한 교육(NIE) 강의를 통해 교실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시들어가는 육신에 푸른 피를 감돌게 한다. “활동을 하셔서 건강해 보인다”는 시니어 수강자의 칭송이 설령 빈말이라도 듣기는 좋다. 1년에 한번 해외여행을 떠나자는 버킷리스트를 지킨 것도 뿌듯하다. 여행은 여전히 설렘이다. 부담을 안고 떠나는 취재 여행과는 달리 홀가분하다.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은 세월의 눈높이만큼 보인다.
내년에 초등학생이 되는 손자는 내 인생의 황금기를 빛내는 행복바이러스다. 조손 관계는 젤리처럼 쫄깃달콤하다. 할아버지에 대한 관심은 안경으로도 가늠된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을 읽을 때 안경을 끼면 “안 이뻐”하며 다가와 벗긴다. 올 들어 할아버지 나이를 묻더니 ‘이쁘다’는 개념이 아무래도 어색한 듯 “안 어울린다”며 벗으라고 한다. 요즘은 “이상해”로 바뀌었다. 인식의 변화와 함께 말도 자란다. 목욕탕도 그냥 따라가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좋아하니까 따라가 준다는 의미로 바뀐다. 행복은 현재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건 불변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