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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가치를 모르면 땔감일 뿐

[한희철 목사님] 가치를 모르면 땔감일 뿐

by 한희철 목사님 2018.11.21

강원도 작은 마을에서 살 때의 일이니 오래전의 일이지요. 몇몇 지인들을 초청해서 마을 음악회를 연 적이 있습니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맞은 한가한 겨울철, 평소에 접하기 힘든 문화를 누렸으면 싶어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겨울철이라 특별한 일도 없던 차에 음악회를 연다니 알음알음 적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 모였고, 인근에 사는 이들까지 찾아와 제법 근사한 음악회가 마련되었습니다.
순서를 따라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된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를 하기 전에 마을 사람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바이올린을 들어 보이며 “이 바이올린의 값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물었습니다. 고추나 무나 배추 값은 잘 알아도 평소에 보기도 힘들었던 바이올린 값을 어찌 알 수가 있을까요,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자 “그냥 편하게 말씀해 보세요.” 하며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한, 백만 원?”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습니다. “그보다는 비싸답니다.”는 대답 앞에 흥정이 벌어지듯 백이십만 원, 이백만 원…, 값은 조금씩 올라갔지만 오백만 원을 넘겨 부르는 이는 없었습니다.
대답을 모두 들은 끝에 바이올리니스트가 들려준 값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귀를 의심할 만한 가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악기의 값은 칠천만 원이었습니다. 한 손에 가뿐 들 만큼의 작은 악기 값이 칠천만 원이나 되다니, 모두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그가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이 악기를 그냥 나무로만 치면 라면 하나도 끓이기 힘들지만, 악기로 만들어지니까 가치가 달라졌어요. 여러분도 좋은 마음을 가지고 가치 있는 삶을 사시기를 바랍니다.” 그날의 음악회는 연주도 연주지만 바이올리니스트가 전해준 말이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중국의 한 공원에서 일어난 일이 옛적 음악회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지난해 하이난성 하이커우시 인민공원에서 벌채된 죽은 나무 두 그루가 23억3300만 원에 낙찰됐다는 것입니다. 하이난 황화리(黃花梨)로 불리는 이 나무는 현지에서 고급 가구나 악기, 조각품 제작에 쓰이는 최고급 목재이기 때문이지요.
공원 측은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린 두 나무를 지난해 벌채한 뒤 총 91개의 통나무로 분리해 창고에 보관해 왔고, 일 년이 지나 온라인 경매를 통해 일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나무의 희소성을 아는 사람들이 몰려 가격이 경매 시작가의 3배에 달하는 금액에 최종 낙찰이 된 것이었습니다.
나무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런 일을 경험한 인근 주민들이 했다는 후회가 더 마음에 닿았습니다. 나무의 가치를 몰랐던 주민들은 그동안 땅에 떨어져 있던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종종 땔감으로 써 버렸다고 밝히며 큰돈을 놓친 아쉬움을 드러냈던 것입니다. 가치를 모르면 아무리 귀한 나무라도 땔감에 지나지 않는 것, 돌아보면 삶의 모든 것이 마찬가지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