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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흙수저의 반란

[정운 스님] 흙수저의 반란

by 정운 스님 2018.11.27

암베드카르(Bhimrao Ramji Ambedkar, 1891~1956)는 불가촉천민으로 인도가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이 허용된 후 최초로 법무부장관을 역임했던 분이다. 인도는 수천년 전부터 신분제도가 있었다. 이를 ‘카스트(Caste 四姓)제도’라고 한다. 카스트라는 말은 혈통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카스타(casta)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16세기 포르투갈 사람들이 인도의 신분제도를 보고 붙인 것이다. 불가촉천민은 사원에 들어갈 수 없으며, 마을 공동 우물도 마실 수 없다. 천민 어린이는 학교 교실의 물을 마실 수가 없어 꼭 마셔야 한다면 학교를 벗어나서 마시고 와야 된다. 미국이나 유럽에 사는 인도 이민자 3~4세도 신분제도로 결혼할 정도이다. 인도가 경제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신분제도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계급 사회가 먼 나라 이야기일까? 우리 한국사회는 계급 제도가 없을까? 요즘 세간에 금수저 흙수저 문제가 심각하다. 대기업체나 공기업 채용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낙하산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정 논란 문제를 일으켰던 최순실의 딸은 ‘경제적으로 풍족한 부모 잘 만난 것도 실력이다.’라는 말을 하여 젊은이들에게 큰 논란거리가 되었다.
열심히 노력하고, 그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부와 경제 수준으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논리이다. 흙수저 젊은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의 비상飛上이 없다는 점이다.
유치원에서도 아이들끼리 ‘아파트 사는 부모’, ‘연립주택 사는 부모’를 거론하며 부모의 재력으로 서로 편을 가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어린 꼬마들은 부모들이 하는 소리를 듣고 배웠을 것이다. 몇 년 전 S대학에서 23세의 남학생이 대학 건물에서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유서에는 자신이 대학에 와서 흙수저라는 절망감을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자신의 재능을 피워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현실에 절망해야 한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국 사회가 깊이 병들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흙수저 금수저 문제로 상처받는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어느 사범대 학생이 제출한 과제 내용이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 시절 자기 부모가 학교 앞에서 사과 장사를 했다고 한다. 그 학생은 부모를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친구들에게 자랑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올바른 선생이 될 것을 맹세하는데, 이점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인생 유산이라고 하였다. 10년이 지났는데도 필자에게 이 학생의 마인드가 각인되어 있다.
설령 자신의 부모가 경제적으로 곤핍할지라도 수저 개념에 빠질 필요가 없다. 자신을 수저와 연관시키지 말아야 한다. 사과 장사를 하면서도 올곳한 인생의 표준을 자식에게 보여준 것이라면 그 친구는 설령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을지라도 금수저를 물고 살아가는 것이다. 비객관적인 사회적 잣대로 슬퍼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절망하지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