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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좋아했던 겨울 불편해진 이유

[이규섭 시인님] 좋아했던 겨울 불편해진 이유

by 이규섭 시인님 2018.12.07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 절기. 신파조로 표현하면 북풍한설 휘몰아치는 겨울의 한가운데로 접어들었다. 첫눈부터 예사롭지 않다. 올겨울 서울에 내린 첫눈은 8.8㎝로 1981년 관측 이래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 지난여름 불볕더위에 시달렸는데, 올겨울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와 신경 쓰인다.
눈이 낭만이던 시절은 저만치 물러났다. 편편히 흩날리는 눈꽃 송이를 바라보며 설레던 감성은 둔감해졌다. 은세계 펼쳐진 청솔 숲을 바라보며 하얀 침묵에 젖던 사념도 낡은 책갈피처럼 퇴색됐다. 함박눈 내린 눈길을 걸으면 뽀드득 뽀드득 발바닥서 영혼까지 울림을 주던 은빛 언어들은 기억 저편으로 가물가물 멀어져 간다.
밤새 눈이 내린 아침이면 제설작업 걱정부터 앞선다. 단독 주택 2층 베란다에서 바닥까지 계단에 쌓인 눈을 치우는 일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마당에 쌓인 눈을 치운 뒤 골목의 눈은 넉가래로 밀어 하수구 위쪽에 쌓는다. 비교적 빨리 녹는 양지바른 곳이다. 계단과 대문 입구에 염화칼슘을 뿌리면 마무리된다. 제설작업이 힘에 부쳐 겨울이 싫다.
지난 구정 무렵 아내가 교회에 다녀오다 빙판에 미끄러져 큰 불편을 겪었다. 평소 허리가 안 좋은 데다 무릎 관절 수술을 받아 골절로 인한 낙상 우려가 크다. 길을 걷다가 넘어질 때 손을 땅을 짚어 손목 골절 경험도 있기에 더 신경 쓰인다. 겨울철 골절은 대부분 눈길과 빙판길에서 넘어져 생긴다. 60세 이상 고령자 3명 중 2명이 겨울철 골절을 겪었다고 한다.
65세 이상 노인은 한 해 83만여 명이 낙상사고로 숨진다는 통계도 나왔다. 나이 들면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사고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뒤처지게 마련이다. 눈이 내리고 빙판길이 되면 외출을 삼가는 것이 상책이다. 꼭 나가야 한다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 뒤 장갑을 끼고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아야 하는 건 상식이다.
추위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면 야외 운동에 제동이 걸린다. 특히 아침 운동은 노인이나 성인병 환자에겐 체온의 급격한 변화로 위험할 수 있다. 근린공원에선 하절기인 4월 1일부터 10월 말까지 아침 6시부터 50분간 무료 에어로빅을 한다. 음악을 듣고 율동을 보며 트랙을 돌면 신바람이 절로 인다.
800여m 트랙을 서너 바퀴 돌고 난 뒤 15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면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다시 언덕으로 올라가 허리 굽혀 펴기와 허리 돌리기, 자전거 타기, 어깨운동 등을 하고 나면 1시간 남짓 걸린다. 운동 후 돌아와 아침을 먹으면 하루가 상쾌하다.
겨울철엔 오후 서너 시쯤 햇살이 퍼질 때 근린공원으로 나간다. 시간을 정해 놓고 나가는 아침 운동과는 달리 불규칙하다. 궁리 끝에 지자체서 운영하는 스포츠센터에 등록한 뒤 실내운동으로 전환했다. 피트니스클럽(fitness club)엔 트레이닝 기구가 다양하다. 대부분 내겐 무리한 수준급들이다. 가장 쉬운 운동은 러닝머신이다. 계기판을 응시하며 속도를 조절해보지만 바람을 가르고 상큼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야외운동을 따를 수 없다. 좋아했던 은빛 겨울이 불편해진 이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