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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한희철 목사님]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by 한희철 목사님 2019.01.30

소개하고 싶은 식당이 있으니 같이 가자는 지인의 권유를 따라 찾아간 곳은 강화도였습니다. 외포리 포구에서 언덕 하나를 넘으니 장어집이 나타났습니다.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다리가 머리 위로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장어의 맛을 구분할 만큼의 미식가가 아니어서 장어 맛에 어떤 차이가 있는 줄은 알지 못했는데, 그날 그곳에서의 식사를 인상 깊게 했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다가 장어 양식장과 장어집을 하고 있다는 주인장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마침 식당에 손님이라고는 우리 밖에 없어 그랬던지 식당 주인은 손수 장어를 구워주며 내내 장어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장어집 주인이어서 그랬을까요, 기자 생활을 해서 그랬을까요, 그가 알고 있는 장어 지식은 해박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일종의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었던 그의 장어 이야기는 거반 식사를 마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를 세세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신기하게 여겨지는 대목들이 적지가 않았습니다.
그는 먼저 연어와 뱀장어의 차이를 이야기했습니다.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갔다가, 죽을 때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강을 찾아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합니다. 모천회귀를 하는 연어의 삶도 신기하지만 그날 그가 들려주는 뱀장어 이야기를 들으니 장어의 생은 연어와는 또 달랐습니다.
뱀장어는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바다로 나갑니다. 어딘지 알기 힘든 바다 깊은 곳 해저 산맥에 이르러 알을 낳는데, 그러면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이 어미가 살던 강가를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새끼들이 어미가 살던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것인지, 장어의 삶은 알 수 없는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크기의 새끼들이 수천㎞의 바다를 이동하면서 어떻게 방향을 정하기에 마침내 어미가 살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인지, 장어의 성장 과정은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고 했습니다.
더욱 신기했던 것은 어미가 살던 곳으로 돌아오던 새끼들이 태풍이나 폭풍을 만나는 경우였습니다. 워낙 크기가 작기 때문에 태풍이나 폭풍을 만나면 본래의 길로부터 엄청난 거리를 해류에 떠밀린다는 것입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떠밀렸음에도 다시 본래의 방향을 찾아 어미가 살던 곳으로 돌아온다니,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 하여도 뱀장어의 삶은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는 신비에 싸여 있다 여겨졌습니다.
마음이 뭉클한 대목도 있었습니다. 심해에서 알을 낳은 어미는 알을 낳은 뒤에 죽어 새끼들이 먹이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알을 낳지 않은 장어는 죽지를 않아 자신이 양어장에서 기르고 있는 장어 중에는 어른 팔뚝만한 굵기의 장어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하나하나 신비로운 이야기들입니다. 장어는 우리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자신의 생을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가는 알 수 없는 힘은 무엇일까, 문득 설 명절을 앞두고 생각에 잠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