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피니언

오피니언

[정운 스님] 순간과 영원이 만난다는 것!

[정운 스님] 순간과 영원이 만난다는 것!

by 정운 스님 2019.02.07

십이삼 년 전에 <마지막 강의>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카네기멜론 대학의 컴퓨터공학 교수 랜디 포시이다. 그는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마지막 강의를 했었다. 그 마지막 강의를 하게 된 사연은 자신이 죽어도 커나가는 아이들이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남겨주기 위해서였다. 랜디 포시 교수는 아이들이 셋이었는데, 모두 어린 아이들이었다. 교수는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모교 강당에서 마지막 강의를 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추구했는지? 어떤 인생관과 가치관을 갖고 있었는지를 강의하였다. 그런데 그 강의를 하는 랜디 교수는 슬프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아니라 펄펄 살아있는 보통의 사람으로 강당에 나왔고, 행복하고 즐거움에 찬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다.
이후 이 강의 내용을 책자로 펴내었는데, 필자는 이 책을 보았다. 그런데 내용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아내는 교수에게 큰 마트에서 물건을 사 오라고 부탁했다. 교수는 물건을 사러 갔다가 손님이 직접 계산하는 계산대에서 계산하다가 실수해서 몇십 달러를 환불받아야 했다. 교수는 그 돈을 돌려받기 위해 줄을 섰는데,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교수는 그 돈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섰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이나마 가족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집으로 향했다.
이 책을 본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잊혀지지 않는다. 삶이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사람인지라 경제적인 돈보다는 가족과 함께 하고자 한 그 마음이다. 아마도 어린 자식들은 아버지의 그 애틋한 한순간의 마음을 평생 간직할 것이며,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비록 아버지의 형체 모습은 없지만 아버지가 남긴 부정父情은 아이들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순간과 영원이 만나는 지점이요, 아버지의 가족과의 시간은 비록 짧았지만 영원히 가슴에 남아 있다.
중국의 큰 스님인 마조(709~788)는 입적하기 전에 당신께서 세상 떠날 날짜를 제자에게 알렸다. 그 후 몸에 병세가 있자, 원주스님이 물었다.
“스님 몸이 어떠십니까?”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
그 후 마조 스님이 열반에 들었다. 일면불은 해를 바라보는 부처님으로 1800년간의 수명을 가진 장수하는 부처님이고, 월면불은 달을 바라보는 부처님으로 일일일야一日一夜, 즉 하루 동안의 수명을 가진 단명의 부처님이시다.
‘일면불 월면불’ 공안은 생사를 초월한 영원한 생명의 소식을 의미한다. 찰나의 생명을 가진 월면 부처님과 영원한 생명을 가진 일면 부처님이 만난다. 한 마디로 순간과 영원이 만나는 것이다. 이는 마음에서 싹트는 것이지, 물질로는 비견될 수 없다. 이것이 순간이 영원이요, 영원이 순간이 되는 것이다. 설을 지나서 한동안 가족, 친구, 부모, 지인을 만나는 일이 많을 것이다. 한순간의 만남일지언정 서로에게 상처 주지 말고, 따뜻한 마음으로 만나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자.!! 순간이 영원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