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상 작가님] 옛골, 그 칼국숫집
[권영상 작가님] 옛골, 그 칼국숫집
by 권영상 작가님 2019.02.28
“아빠, 저녁 나가 먹음 어때?” 방에서 나오는데, 딸아이가 그랬다.
창밖을 내다봤다. 해가 막 지고 날이 어슬어슬해진다.
“엄마는 하루 종일 바빴어. 나도 인터뷰하느라 머리 아프고.”
그럼, 그러자고 나는 얼른 대답했다.
우리가 외식한다면 뻔하다. 거기 그 집이다. 청계산 옛골에 있는 칼국숫집. 이곳저곳 다니며 이 음식 저 음식 먹어봤지만 칼국수가 우리 세 사람 입에 잘 맞았다. 처음엔 동네 칼국숫집을 찾아다녔지만 종당에 머문 곳은 옛골, 그 칼국숫집이다. 우선 도심을 좀 벗어나는 해방감이 있어 좋다. 식사 후엔 그 근방 개울둑이나 대추나무 과수원 길을 걸을 수 있어 좋고. 더 좋은 건 그 집 남자주인이다. 볼수록 선한 분이다.
전화 예약을 하던 딸아이가 “7시에 문 닫는다는 데.....” 그런다. 시계가 6시를 막 지나고 있다. 가는데 20분, 식사하는데 40분. 충분하겠네! 아내와 내가 대답했고, 예약은 끝났다.
아뿔싸, 양재역에서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금요일의 퇴근 시간을 생각하지 못했다.
“어떡해? 20분은 어려울 것 같은데. 취소 전화할까?” 핸들을 잡은 아내가 급기야 입을 열었다.
“우리 때문에 그분 퇴근을 막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좀 걱정이었다. 청계산 음식점은 등산객이 주 고객인데 이 시각 우릴 위해 빈 음식점을 지키고 있을 그분이 떠올랐다.
“제 시각에 못 닿으면 취소하는 게 맞지만 주인아저씨한테 좀 미안할 것 같아.”
딸아이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몇 차례 들르긴 했지만 모른다면 모르는 분이다. 하지만 간다 해놓고 차 막히는 걸 이유로 취소하는 우리가 좀 가볍게 보여질 것 같았다.
원터골을 지나며 보니 가게들 불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둘러 옛골 칼국숫집 주차장에 들어섰다. 유독 칼국숫집만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차를 세우고 불 켜진 음식점 안으로 들어섰다. 예상했던 대로 주인 남자분이 혼자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늦은 시각에 미안합니다. 차가 좀 막혀서.”
나는 그분의 손을 덥썩 잡고 미안한 인사를 드렸다.
“괜찮습니다. 오실 동안 저는 추우실까봐 불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홀 가운데에 연탄 난로불이 붉게 타고 있었다.
칼국수를 시킬 때에 보니 주방에 여자 한 분이 또 계셨다. 그때서야 시계를 봤다. 7시가 임박해 있었다. 주인 남자분은 우리가 미안해할까 봐 반찬을 내오고, 동치미를 내오고, 전에 없던 약식을 한 접시씩 앞앞이 내오고, 손수 만든 쑥송편을 내오셨다.
우리가 칼국수를 먹기 시작할 때쯤 텔레비전을 켰다.
“축구 경기를 즐깁니다. 저는.”
우리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축구 한 경기하는 시간을 우리에게 주시겠다는 걸.
그분의 따뜻한 배려로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였다. 주인 남자분이 따끈한 종이봉지를 내밀었다.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 연탄 난로불에 구운 감자 세 알이라 했다.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다음에 찾아간다면 이번엔 우리가 좋은 선물을 해야 할 것 같다. 주인 남자분의 구운 감자 같이 따뜻한, 잊을 수 없는 저녁이었다.
창밖을 내다봤다. 해가 막 지고 날이 어슬어슬해진다.
“엄마는 하루 종일 바빴어. 나도 인터뷰하느라 머리 아프고.”
그럼, 그러자고 나는 얼른 대답했다.
우리가 외식한다면 뻔하다. 거기 그 집이다. 청계산 옛골에 있는 칼국숫집. 이곳저곳 다니며 이 음식 저 음식 먹어봤지만 칼국수가 우리 세 사람 입에 잘 맞았다. 처음엔 동네 칼국숫집을 찾아다녔지만 종당에 머문 곳은 옛골, 그 칼국숫집이다. 우선 도심을 좀 벗어나는 해방감이 있어 좋다. 식사 후엔 그 근방 개울둑이나 대추나무 과수원 길을 걸을 수 있어 좋고. 더 좋은 건 그 집 남자주인이다. 볼수록 선한 분이다.
전화 예약을 하던 딸아이가 “7시에 문 닫는다는 데.....” 그런다. 시계가 6시를 막 지나고 있다. 가는데 20분, 식사하는데 40분. 충분하겠네! 아내와 내가 대답했고, 예약은 끝났다.
아뿔싸, 양재역에서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금요일의 퇴근 시간을 생각하지 못했다.
“어떡해? 20분은 어려울 것 같은데. 취소 전화할까?” 핸들을 잡은 아내가 급기야 입을 열었다.
“우리 때문에 그분 퇴근을 막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좀 걱정이었다. 청계산 음식점은 등산객이 주 고객인데 이 시각 우릴 위해 빈 음식점을 지키고 있을 그분이 떠올랐다.
“제 시각에 못 닿으면 취소하는 게 맞지만 주인아저씨한테 좀 미안할 것 같아.”
딸아이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몇 차례 들르긴 했지만 모른다면 모르는 분이다. 하지만 간다 해놓고 차 막히는 걸 이유로 취소하는 우리가 좀 가볍게 보여질 것 같았다.
원터골을 지나며 보니 가게들 불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둘러 옛골 칼국숫집 주차장에 들어섰다. 유독 칼국숫집만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차를 세우고 불 켜진 음식점 안으로 들어섰다. 예상했던 대로 주인 남자분이 혼자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늦은 시각에 미안합니다. 차가 좀 막혀서.”
나는 그분의 손을 덥썩 잡고 미안한 인사를 드렸다.
“괜찮습니다. 오실 동안 저는 추우실까봐 불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홀 가운데에 연탄 난로불이 붉게 타고 있었다.
칼국수를 시킬 때에 보니 주방에 여자 한 분이 또 계셨다. 그때서야 시계를 봤다. 7시가 임박해 있었다. 주인 남자분은 우리가 미안해할까 봐 반찬을 내오고, 동치미를 내오고, 전에 없던 약식을 한 접시씩 앞앞이 내오고, 손수 만든 쑥송편을 내오셨다.
우리가 칼국수를 먹기 시작할 때쯤 텔레비전을 켰다.
“축구 경기를 즐깁니다. 저는.”
우리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축구 한 경기하는 시간을 우리에게 주시겠다는 걸.
그분의 따뜻한 배려로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였다. 주인 남자분이 따끈한 종이봉지를 내밀었다.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 연탄 난로불에 구운 감자 세 알이라 했다.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다음에 찾아간다면 이번엔 우리가 좋은 선물을 해야 할 것 같다. 주인 남자분의 구운 감자 같이 따뜻한, 잊을 수 없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