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섭 시인님] 디지털 경로(敬老)
[이규섭 시인님] 디지털 경로(敬老)
by 이규섭 시인님 2019.06.21
“야 그거 먹을 라면 돋배기 쓰고 영어공부 좀 하고 의자 하나 챙기고 그리고 카드 있으야 된다.” 비속어 섞인 거침없는 입담과 구수한 사투리로 인기몰이를 하는 실버 크리에이터 박말례 씨가 패스트푸드 무인 주문기(키오스크)로 불고기 버거 주문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 지인들에게 전하는 영상 독백이다.
테이크 아웃, 프렌치프라이 등 영어 표기가 많아 헷갈려 한다. 제품 소개 사진이 콜라인지 커피인지 구분이 안 된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시간 초과로 화면이 꺼지고 다른 선택지가 나온다. 키가 작아 까치발로 터치하니 불편하다. 겨우 주문을 마쳤는데 원하는 제품이 아니다. “먹고 싶어도 못 먹어” 자조하며 “우리에게 맞지 않는 세상이 된 것 같다”고 토로한다. 노인들에겐 너무 먼 당신이다.
몇 해 전 뜨거운 여름, 지방에서 강의를 마치고 메밀국수가 생각나 KTX 역사 앞 음식점을 찾았다. 주문했더니 키오스크로 하란다. 처음 닥친 상황이라 당황했다. 주문기 앞에서 더듬거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발길을 돌렸다. 요즘은 인건비를 줄이려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매장이 크게 늘었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어쩌다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노인들에게는 커피 이름이 생소하고 맛이 어떤지 잘 모른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젊은이가 쓴 글을 우연히 읽고 흐뭇했다. 노인 고객을 위한 배려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할아버지 한 분이 달달한 커피를 주문하시기에 카라멜 마끼아또를 드렸다. “맛있다”고 한 뒤 며칠 지나 할머니와 함께 와 “그때 그거 달라”고 주문해 드셨다. 카페와 떨어진 곳에 사신다기에 종이에 커피 이름을 적어주며 집 근처 커피숍에 들러 이 쪽지 보여주시면 달달한 커피가 나온다고 안내했다니 착한 배려다.
외국 프랜차이즈 브랜드 커피숍 직원은 할머니가 주문을 망설이자 “다방 커피같이 달달하며 프림 넣은 게 좋으신지, 탄 밥 누룽지처럼 구수한 게 좋으신지” 물었다니 노인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다. 커피 이름을 ‘놈 놈 놈’으로 표기한 메뉴판도 등장했다. 싱거운 놈(아메리카노), 부드러운 놈(카푸치노), 고소한 놈(카페라떼), 달달한 놈(마끼아또), 독한 놈(에스프레소), 복잡한 놈(카페모카)으로 표기하여 노인들의 이해를 돕는 굿 아이디어다.
디지털 시대 컴맹 노인들은 문화생활을 누리기 어렵다. 유명 가수의 콘서트는 오픈하자마자 예매가 완료되는데 노인들의 예약이 가능하겠는가. 국립휴양림을 이용하려면 회원 가입은 기본이다. 사용일 기준 6주 전 수요일 오전 9시부터 선착순이다. 한꺼번에 접속자가 몰려 하늘의 별 따기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정보 격차는 사회 불평과 세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편리한 기술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상생 방안이 절실하다.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Yle)는 노년층을 주 대상으로 ‘모두를 위한 인터넷’ 캠페인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개 도시 순회 캠페인에 참여한 노년층은 자녀, 손주, 이웃,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기본적인 활용법을 익힐 수 있었다고 한다. 컴맹 노인을 도와주는 디지털 경로가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테이크 아웃, 프렌치프라이 등 영어 표기가 많아 헷갈려 한다. 제품 소개 사진이 콜라인지 커피인지 구분이 안 된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시간 초과로 화면이 꺼지고 다른 선택지가 나온다. 키가 작아 까치발로 터치하니 불편하다. 겨우 주문을 마쳤는데 원하는 제품이 아니다. “먹고 싶어도 못 먹어” 자조하며 “우리에게 맞지 않는 세상이 된 것 같다”고 토로한다. 노인들에겐 너무 먼 당신이다.
몇 해 전 뜨거운 여름, 지방에서 강의를 마치고 메밀국수가 생각나 KTX 역사 앞 음식점을 찾았다. 주문했더니 키오스크로 하란다. 처음 닥친 상황이라 당황했다. 주문기 앞에서 더듬거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발길을 돌렸다. 요즘은 인건비를 줄이려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매장이 크게 늘었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어쩌다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노인들에게는 커피 이름이 생소하고 맛이 어떤지 잘 모른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젊은이가 쓴 글을 우연히 읽고 흐뭇했다. 노인 고객을 위한 배려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할아버지 한 분이 달달한 커피를 주문하시기에 카라멜 마끼아또를 드렸다. “맛있다”고 한 뒤 며칠 지나 할머니와 함께 와 “그때 그거 달라”고 주문해 드셨다. 카페와 떨어진 곳에 사신다기에 종이에 커피 이름을 적어주며 집 근처 커피숍에 들러 이 쪽지 보여주시면 달달한 커피가 나온다고 안내했다니 착한 배려다.
외국 프랜차이즈 브랜드 커피숍 직원은 할머니가 주문을 망설이자 “다방 커피같이 달달하며 프림 넣은 게 좋으신지, 탄 밥 누룽지처럼 구수한 게 좋으신지” 물었다니 노인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다. 커피 이름을 ‘놈 놈 놈’으로 표기한 메뉴판도 등장했다. 싱거운 놈(아메리카노), 부드러운 놈(카푸치노), 고소한 놈(카페라떼), 달달한 놈(마끼아또), 독한 놈(에스프레소), 복잡한 놈(카페모카)으로 표기하여 노인들의 이해를 돕는 굿 아이디어다.
디지털 시대 컴맹 노인들은 문화생활을 누리기 어렵다. 유명 가수의 콘서트는 오픈하자마자 예매가 완료되는데 노인들의 예약이 가능하겠는가. 국립휴양림을 이용하려면 회원 가입은 기본이다. 사용일 기준 6주 전 수요일 오전 9시부터 선착순이다. 한꺼번에 접속자가 몰려 하늘의 별 따기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정보 격차는 사회 불평과 세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편리한 기술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상생 방안이 절실하다.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Yle)는 노년층을 주 대상으로 ‘모두를 위한 인터넷’ 캠페인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개 도시 순회 캠페인에 참여한 노년층은 자녀, 손주, 이웃,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기본적인 활용법을 익힐 수 있었다고 한다. 컴맹 노인을 도와주는 디지털 경로가 확대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