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박사님] 분산*의 바람
[김민정 박사님] 분산*의 바람
by 김민정 박사님 2019.08.12
만장대 등산길을 쉬엄쉬엄 올라가면
숲 그늘 짙은 비탈에 뿌리박은 큰 바위
바람이 솔솔솔 불어 서로 부둥켜 안고 있다.
어느 날 산의 물빛에 촉촉이 젖어 들어
돌아서지 못하는 그림자를 묻어 놓고
황토길 굽이진 길에 기다림의 등을 단다.
고였던 산바람은 예고 없이 일렁이어
땀에 젖은 옷자락을 툭툭 건드리며
목에 찬 뜨거운 갈증을 한 무더기 건져간다.
- 김교한, 「분산의 바람」전문
* 분산: 김해 분산성이 있는 산.
여름산을 등산해 본 적이 있는가. 젊은 시절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올랐던 법주사 뒷산 속리산에도 너럭바위 만장대가 있었는데, 이 시에도 만장대가 있다. 젊은 시절 만장대에서 맛보았던 기쁨이 이 시를 읽으니 되살아난다. 분산을 등산해 본 적은 없지만, 등산의 느낌은 알 것 같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는 모습, 산이 거기 있기에 우리는 오르는 것이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그 순간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우리는 오르는 것이리라. 물론 건강을 위해, 산이 좋아 매주 산을 오르는 등산 마니아들도 많을 것이다. 등산하면서 간간이 쉴 때 불어오는 바람이란 얼마나 기분 좋은가. 집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쏟아지는 여름인데, 등산까지 한다면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원한 숲길을 걸어 정상을 향해 가는 사람들은 목표의식이 강한 사람들일 수도 있고 정상에서 탁 트인 시야의 아래를 내려다보는 맛에 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산정상에서 부는 바람을 맞으며 땀을 닦을 때 느끼는 희열!
물론 봄가을이 등산하기에도 좋은 계절이지만, 나도 주로 여름에 등산을 많이 한 편이다. 왜냐하면 여름방학을 이용한 여행이기 때문이다.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을 오른 것도 한여름이었고, 지리산 천왕봉을 오른 것도 한여름이며, 울릉도 성인봉을 오른 것도 한여름이며, 가족과 태백산을 오른 것도 몇 년 전 7월 31일, 여름의 절정이었다.
‘고였던 산바람은 예고 없이 일렁이어/ 땀에 젖은 옷자락을 툭툭 건드리며/ 목에 찬 뜨거운 갈증을 한 무더기 건져간다.’는 시가 가슴에 와 닿는다. 한 손에는 물병을 들고, 다른 손에는 손수건을 들고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며, 흘린 양만큼 또 목을 축여 가며 산을 오르노라면 가끔은 산바람이 예고 없이 불어와 이마의 땀을 씻어주기도 하고, 땀에 젖은 옷을 툭툭 치기도 하고 목에 찬 갈증까지 가져가기도 하는 것이다.
누구나 각자 자신의 피서법이 있겠지만, 더위를 피한다고 몸을 움직이지 않고 집안에만 처박혀 있는 것도, 또 피서를 간다고 지나치게 돌아다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자기 몸을 잘 조절하며 적당하게 즐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여름날에는 땀을 많이 흘리는 만큼 물도 많이 마시어 그것을 보충해 주어야 하며 벌써 여름도 그 절정을 넘어 서고 있다. 입추라서인지, 조금은 바람결이 시원하다고 느껴진다. 그 뜨겁고 지겹던 쨍쨍한 햇살과 폭우를 퍼붓던 지리한 장마도 물러갔다. 이제 누렇게 벼가 익어가고 하늘이 높아지는 풍요로운 가을 벌판과 함께 경제력도 살아나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도 창출되는, 희망으로 다가오는 멋진 가을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숲 그늘 짙은 비탈에 뿌리박은 큰 바위
바람이 솔솔솔 불어 서로 부둥켜 안고 있다.
어느 날 산의 물빛에 촉촉이 젖어 들어
돌아서지 못하는 그림자를 묻어 놓고
황토길 굽이진 길에 기다림의 등을 단다.
고였던 산바람은 예고 없이 일렁이어
땀에 젖은 옷자락을 툭툭 건드리며
목에 찬 뜨거운 갈증을 한 무더기 건져간다.
- 김교한, 「분산의 바람」전문
* 분산: 김해 분산성이 있는 산.
여름산을 등산해 본 적이 있는가. 젊은 시절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올랐던 법주사 뒷산 속리산에도 너럭바위 만장대가 있었는데, 이 시에도 만장대가 있다. 젊은 시절 만장대에서 맛보았던 기쁨이 이 시를 읽으니 되살아난다. 분산을 등산해 본 적은 없지만, 등산의 느낌은 알 것 같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는 모습, 산이 거기 있기에 우리는 오르는 것이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그 순간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우리는 오르는 것이리라. 물론 건강을 위해, 산이 좋아 매주 산을 오르는 등산 마니아들도 많을 것이다. 등산하면서 간간이 쉴 때 불어오는 바람이란 얼마나 기분 좋은가. 집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쏟아지는 여름인데, 등산까지 한다면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원한 숲길을 걸어 정상을 향해 가는 사람들은 목표의식이 강한 사람들일 수도 있고 정상에서 탁 트인 시야의 아래를 내려다보는 맛에 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산정상에서 부는 바람을 맞으며 땀을 닦을 때 느끼는 희열!
물론 봄가을이 등산하기에도 좋은 계절이지만, 나도 주로 여름에 등산을 많이 한 편이다. 왜냐하면 여름방학을 이용한 여행이기 때문이다.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을 오른 것도 한여름이었고, 지리산 천왕봉을 오른 것도 한여름이며, 울릉도 성인봉을 오른 것도 한여름이며, 가족과 태백산을 오른 것도 몇 년 전 7월 31일, 여름의 절정이었다.
‘고였던 산바람은 예고 없이 일렁이어/ 땀에 젖은 옷자락을 툭툭 건드리며/ 목에 찬 뜨거운 갈증을 한 무더기 건져간다.’는 시가 가슴에 와 닿는다. 한 손에는 물병을 들고, 다른 손에는 손수건을 들고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며, 흘린 양만큼 또 목을 축여 가며 산을 오르노라면 가끔은 산바람이 예고 없이 불어와 이마의 땀을 씻어주기도 하고, 땀에 젖은 옷을 툭툭 치기도 하고 목에 찬 갈증까지 가져가기도 하는 것이다.
누구나 각자 자신의 피서법이 있겠지만, 더위를 피한다고 몸을 움직이지 않고 집안에만 처박혀 있는 것도, 또 피서를 간다고 지나치게 돌아다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자기 몸을 잘 조절하며 적당하게 즐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여름날에는 땀을 많이 흘리는 만큼 물도 많이 마시어 그것을 보충해 주어야 하며 벌써 여름도 그 절정을 넘어 서고 있다. 입추라서인지, 조금은 바람결이 시원하다고 느껴진다. 그 뜨겁고 지겹던 쨍쨍한 햇살과 폭우를 퍼붓던 지리한 장마도 물러갔다. 이제 누렇게 벼가 익어가고 하늘이 높아지는 풍요로운 가을 벌판과 함께 경제력도 살아나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도 창출되는, 희망으로 다가오는 멋진 가을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