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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끊을 수 없는 끈

[한희철 목사님] 끊을 수 없는 끈

by 한희철 목사님 2019.08.21

이야기를 듣는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다행이다 싶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직지원정대 민준영·박종성 대원의 귀환 소식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따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직지원정대는 구텐베르크보다 80년 앞선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2006년에 결성이 됐습니다. 2009년 8월 27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의 히운출리봉을 오르는 새로운 등산로 ‘직지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박종성·민준영 대원이 출발했는데, 베이스캠프를 나선지 이틀째 되던 날 두 사람은 북벽 능선 5500m 지점에서 연락이 끊기며 실종이 됐습니다.
남은 대원들이 열흘 동안 수색했으나 발견하지 못한 채 귀국했고, 이듬해 다시 나섰으나 찾지를 못한 상태였습니다. 2013년 베이스캠프 인근에 두 대원의 추모비를 세우고, 2018년 두 대원의 고향인 청주 고인쇄박물관 한편에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조형물을 세워 넋을 기려오고 있던 터였지요. 그런 중에도 2008년 히말라야 차라쿠사지역 미답봉 등반에 성공해 ‘직지봉(6235m)’이라 명명을 했지만요.
실종될 당시 민준영 대원이 36세 박종성 대원이 42세였으니, 한창의 나이였습니다. 두 대원이 산에 묻힌 지 어느새 10년, 그들을 이불처럼 감쌌을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양떼를 몰던 양치기가 두 대원을 발견하였고, 마침내 고국으로 고향으로 같은 대원의 품으로 돌아올 수가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마음을 숙연하게 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웠던 두 대원은 10년 만에 발견되는 순간까지 로프 한 줄로 서로의 몸을 함께 묶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발견 당시 두 대원은 서로를 묶은 로프 한 줄로 연결된 채 20m가량 떨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먼저 오른 이가 로프를 고정하면 뒷사람이 차례로 올라 혹시 한 명이 추락하더라도 한 명이 줄을 잡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생명줄 역할을 하는 줄을 말합니다. 히말라야의 모진 추위와 눈사태 속에서도 두 사람은 끝까지 서로를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으니, 죽음도 가를 수 없는 두 사람의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두 대원을 맞은 박연수 전 대장은 경과보고를 하면서 “그동안 한 번도 희망을 꺾지 않고 우리는 늘 함께 했다. 종성아, 준영아, 돌아와 줘서 고맙다. 이제 10년의 등반을 마무리하려 한다. 마지막 명령이다. 이제 집에 가서 편히 쉬어라.”며 마지막 명령을 내려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끊을 수 없는 끈이 있습니다. 세월도 위험한 상황도 끊을 수 없는 끈 말이지요. 그 끈에 묶여 있을 때 우리는 안전하고 든든합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위험에 처할 때 그를 붙잡아 줄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지만 정작 끊을 수 없는 끈이 우리에게 없다면 우리는 몹시 위태하고 외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