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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벌레 보살

[김민정 박사님] 벌레 보살

by 김민정 박사님 2019.09.09

고맙습니다 주렁주렁 붉은 고추 토마토
알알이 영근 옥수수며 강낭콩 애호박
햇빛과 비를 내리어 열매를 맺어주시니

땅속에서 기름진 흙 일궈준 지렁이와
열매 키운 무당벌레와 꽃가루 나른 벌들
묵묵히 긴 날 수고한 보살들이 고맙습니다

삼복에도 밭에 오면 매미 먼저 울어주고
김매주고 북 주며 흘린 땅만큼만 주시니
곡식알 한 알조차도 허투루 받지 않습니다
- 진순분, 「벌레 보살」 전문

헤르만 헤세의 ‘9월’이란 시가 생각난다. ‘우수 어린 정원/ 피어 있는 꽃에 싸느다란 비가 내린다./ 그러자 여름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없이 자신의 임종을 맞이한다.// 황금빛으로 물든 나뭇잎이 펄럭펄럭/ 높다란 아카시아나무로부터 떨어진다./ 그러자 여름은 깜짝 놀라 힘없는 미소를/ 꿈이 사라지는 마당에다 보낸다.’ 9월이 빠르게 우리 곁에 오고 그리고 한가위가 멀지 않았다. 이제 곡식을 거두어들일 때가 되었나보다. 가을이 오면 감사의 마음이 먼저 드는 건 산과 들에서 익어가는 곡식과 과일들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김매고 북돋우며 힘들게 농사를 지은 사람에겐 참으로 고마운 결실의 계절이다.
이 시조에선 농사를 지은 사람뿐 아니라 햇빛과 비와 지렁이와 무당벌레와 벌들과 매미 등 모두가 고맙게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 ‘아내가 사랑스러우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은 그 결실이 얼마나 기쁜 것인지 알게 되고, 또 자연의 힘이나 벌레들까지도 고맙게 생각이 들 것이다.
한국에서는 추석이 있어 친지들이 모여 햇곡식으로 음식을 해 조상께 차례를 지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외국에서는 추수감사절이 있어 한 해의 농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올해의 추석은 유난히 빠른 것 같다. 9월 중순에 들었으므로 양력으로 볼 때는 다른 어느 해보다 빨리 다가온 것 같다.
추석, 즉 한가위는 음력 8월 15일에 이르는 명절로 양력으로 해마다 다른 날짜가 된다. 1월 1일 설날과 더불어 한국에선 가장 중요한 명절이다. 중추, 중추절, 가배일, 한가윗날, 팔월 대보름 등으로 그 명칭도 다양하다. 가을 추수를 끝내기 전에(조선시대 추수는 음력 9월) 덜 익은 쌀로 만드는 송편과 햇과일로 조상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며, 특히 송편은 추석에 먹는 별미로 들 수 있다. 추석에는 일가친척이 고향에 모여 함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전통이 있다. 이 때문에 해마다 추석이 오면 전 국민의 75%가 고향을 방문하여 전국의 고속도로가 정체되거나 열차표가 매진되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이를 흔히 민족대이동이라고 부른다. 추석은 음력설보다 매출, 인구이동 등에서 수치적으로 더 높은데 이는 설날이 양력설과 음력설로 나뉘며, 양력설을 쇠는 가정도 있어 수치가 분산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의 추석 명절에는 친지들도 모여 서로 도와 일을 하며 다정하고 즐거운 추석 명절이 되면 좋겠다. 일을 나누어 공평하게 하면 피곤도 덜한 것이므로, 남편들도 열심히 도와주어 아내들이 명절증후군을 앓지 않도록 서로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의 명절이 더욱 아름답게 오래도록 유지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