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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하느님은 최악의 모습까지 사랑한다

[정운 스님] 하느님은 최악의 모습까지 사랑한다

by 정운 스님 2020.01.07

2019년 바티칸에서 성탄전야 미사집전에 교황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하느님은 최악의 모습까지 사랑합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평범한 말이지만, 의미 있는 말씀이다. 여기서는 하느님의 모든 존재에 대한 평등한 사랑을 말씀하시지만, 그런 뜻만은 아니라고 본다. 하느님이 중생을 그렇게 사랑하는 것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그렇게 사랑할 것을 우리에게 권유하는 거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늘 겉모양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내게 이익되는 것만으로 인간관계를 맺는다. 특히 부부간은 더 그럴 것이다. 남녀가 처음 인연을 맺어 부부로 백년가약을 한다. 처음에는 장점만 보였을 테고, 상대가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어찌 그런가?! 상대의 좋은 모습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드러나고, 어둡고 추한 모습이 더 많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이런 점은 부부만이 아니라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까운 벗도 오래 사귀다 보면, 상대의 단점이 드러나고,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손해 보게 하는 일들이 더 많이 생긴다.
그런데 인간관계를 깊게 살펴보자. 부부간에도 상대로 인해 불편하고 손해 보는 것이라고 억울해하기는 양쪽이 모두 마찬가지이다. 친구 사이에도 그러하다. 괜히 나만 손해 보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양쪽이 모두 마찬가지다. 만해 한용운 스님의 ‘사랑하는 까닭’ 시 일부분을 보자.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단순한 시지만, 가슴에 새길 시 구절이다. 상대에 대한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의 이쁜 얼굴만이 아니라 백발도 사랑하는 것이며, 이쁜 미소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눈물도 사랑할 줄 알아야 진정한 사랑이 된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곧 상대의 장점만이 아닌 단점도 사랑할 줄 알아야 진정한 사랑이 되는 법이다.
우정 관계는 더할 것이다. 벗으로 인연이 되었다면 믿어주고 기다림도 필요한데, 내 이익된 것만을 바라고 있으니, 서로가 서로를 원망하게 된다. 곧 상대에게 손해 보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 마찬가지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100% 착한 사람도 없지만 100% 악인도 없는 법이다. 모든 인간은 오십보 백보이다. 진정한 사랑과 우정을 만들고자 한다면 조금 손해 보는 마음으로 살면 된다. 그러면 상대도 그대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요, 주목나무와 같은 100년 사랑, 100년 우정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이것이 인생에서 최고의 성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