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섭 시인님] 순백의 소금꽃 가슴에 품고
[이규섭 시인님] 순백의 소금꽃 가슴에 품고
by 이규섭 시인님 2020.01.10
‘할아버지 병원에 있으니/소금밭이 고요하다/끌어올린 바닷물이 없으니/말릴 바닷물이 없다/할아버지가 밀던 대파*는/창고 앞에 기대어//할아버지 땀내를 풍기는데/물 삼키던 햇볕은/애먼 땅만 쩍쩍 가른다/새싹 같고 볍씨 같고/눈꽃 같던 소금꽃들/할아버지 땀이 등판에서 소금이 되어야/하얀 살 찌우던 소금꽃들//푸른 바다는 멀리서/꽃 피울 준비하며 애태우고 있을까/할아버지 소금이 없으니/세상엔 소금이 좀 부족해졌을까//빈 염전에 바닷물 한 줌 흘려놓곤/주문을 넣는다//할아버지가 온다/소금이 온다’ *대파: 염전에서 소금을 긁어모으는 도구
2020신춘문예 조선일보 동시 당선작 신혜영의 ‘소금꽃’ 전문이다. 어른이 읽어도 짠하게 울림이 온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손자도 내가 입원을 하면 안타까운 그리움을 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이준관 아동문학가는 ‘평생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다 아픈 할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간결하고 정제된 표현과 참신한 비유로 그려냈다’고 심사평을 했다. ‘사회에 소금과 같은 사람이 되라는 메시지가 시 속에 녹아 있는 것도 미덕’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작은 것에 즐거워할 줄 알고, 어엿한 현재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세계를 닮아가고 싶다”는 신혜영 씨의 당선 소감은 소금꽃을 닮았다.
염전에 처음 가본 것은 28년 전 변산반도 곰소만이다. 수입 소금의 대량 반입으로 국내산 천일염 가격이 폭락하고 인력난까지 겹쳐 염전이 불황의 늪에 녹아내린다는 르포기사를 썼다. 바람과 햇볕이 피어낸 소금꽃은 수정처럼 맑고 보석처럼 눈부셨으나 염부의 얼굴엔 수심의 골이 깊었다. 수차를 발로 돌리던 시절의 마지막 풍경을 담았던 게 인상에 남는다.
10여 년 전 KBS 다큐 ‘인간극장’의 ‘육형제 소금밭 이야기’는 소금 생산의 고달픈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염전에 지쳐 심신이 불편한 부모를 대신하여 형제애로 일궈낸 소금밭 성공스토리는 감동적이었다. 대학을 포기하고 염전에 뛰어든 막내가 집으로 가는 여객선을 기다리며 목포 부두에서 셋째형과 대화를 나누며 울먹이던 모습이 애잔하게 기억된다.
바다가 없는 라오스에서 소금 생산은 극한직업이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1시간 남짓 걸리는 콕싸앗 소금마을에 들렸을 땐 2월인데도 한낮의 햇살은 뜨겁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황토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척박한 땅이다. 이곳은 오래전 바다였으나 지구의 지각변동으로 육지로 변했다. 200m 지하수를 끌어올려 소금을 만드는 자염(煮鹽)이다. 아궁이 위에 직사각형의 커다란 철판을 얹고 암염을 끓이면 수분은 증발되고 소금 결정체만 남는다. 펄펄 끓는 열기와 매캐한 연기를 마시며 화목을 넣은 염부의 등에 노동의 소금꽃이 피었다.
갈등과 대립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세상, 세상을 썩지 않게 할 화해와 소통의 소금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새싹 같고, 볍씨 같고, 눈꽃 같은’ 순백의 소금꽃 가슴에 품고 우리 모두 아름다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0신춘문예 조선일보 동시 당선작 신혜영의 ‘소금꽃’ 전문이다. 어른이 읽어도 짠하게 울림이 온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손자도 내가 입원을 하면 안타까운 그리움을 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이준관 아동문학가는 ‘평생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다 아픈 할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간결하고 정제된 표현과 참신한 비유로 그려냈다’고 심사평을 했다. ‘사회에 소금과 같은 사람이 되라는 메시지가 시 속에 녹아 있는 것도 미덕’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작은 것에 즐거워할 줄 알고, 어엿한 현재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세계를 닮아가고 싶다”는 신혜영 씨의 당선 소감은 소금꽃을 닮았다.
염전에 처음 가본 것은 28년 전 변산반도 곰소만이다. 수입 소금의 대량 반입으로 국내산 천일염 가격이 폭락하고 인력난까지 겹쳐 염전이 불황의 늪에 녹아내린다는 르포기사를 썼다. 바람과 햇볕이 피어낸 소금꽃은 수정처럼 맑고 보석처럼 눈부셨으나 염부의 얼굴엔 수심의 골이 깊었다. 수차를 발로 돌리던 시절의 마지막 풍경을 담았던 게 인상에 남는다.
10여 년 전 KBS 다큐 ‘인간극장’의 ‘육형제 소금밭 이야기’는 소금 생산의 고달픈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염전에 지쳐 심신이 불편한 부모를 대신하여 형제애로 일궈낸 소금밭 성공스토리는 감동적이었다. 대학을 포기하고 염전에 뛰어든 막내가 집으로 가는 여객선을 기다리며 목포 부두에서 셋째형과 대화를 나누며 울먹이던 모습이 애잔하게 기억된다.
바다가 없는 라오스에서 소금 생산은 극한직업이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1시간 남짓 걸리는 콕싸앗 소금마을에 들렸을 땐 2월인데도 한낮의 햇살은 뜨겁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황토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척박한 땅이다. 이곳은 오래전 바다였으나 지구의 지각변동으로 육지로 변했다. 200m 지하수를 끌어올려 소금을 만드는 자염(煮鹽)이다. 아궁이 위에 직사각형의 커다란 철판을 얹고 암염을 끓이면 수분은 증발되고 소금 결정체만 남는다. 펄펄 끓는 열기와 매캐한 연기를 마시며 화목을 넣은 염부의 등에 노동의 소금꽃이 피었다.
갈등과 대립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세상, 세상을 썩지 않게 할 화해와 소통의 소금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새싹 같고, 볍씨 같고, 눈꽃 같은’ 순백의 소금꽃 가슴에 품고 우리 모두 아름다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