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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첫눈

[김민정 박사님] 첫눈

by 김민정 박사님 2020.01.20

첫눈은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니란다눈망울 속 고인 사랑이 홀씨로 떠다니다
연두빛 당신 가슴으로/ 뛰어내리는 거란다

첫눈은 겨울에만 오는 것이 아니란다
해종일 반짝이다 소등한 자작나무 숲
목이 긴/ 기다림 끝에/ 등불 들고 오는 거란다

금모래 긴 강변길/ 손잡고 걷던 첫눈아
헤매고 헤매어서 마주치는 바람 속에서
산목련/ 새하얀 날들이/ 흔들리며 내려온다
- 권혁모, 「첫눈」 전문

올해의 첫눈은 새해 첫날 온 걸로 기억한다. 새해의 눈을 서설이라며 반기기도 하는데, 올해 새해 첫날 서설이 내렸으니 모두에게 좋은 일만 많은 한 해가 되면 정말 좋겠다. 이 시조에서는 그 첫눈이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눈망울 속 고인 사랑이 홀씨로 떠다니다/ 연두빛 당신 가슴으로/ 뛰어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구태여 겨울에만 오는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해종일 반짝이다 소등한 자작나무 숲’에 ‘목이 긴/ 기다림 끝에/ 등불 들고 오는 것’이라 어떤 기운, 어떤 기분일 수 있다. ‘헤매고 헤매어서 마주치는 바람 속에서/ 산목련/ 새하얀 날들이/ 흔들리며 내려오는’ 형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것은 삶 앞에 찾아오는 반가운 소식이며, 불현듯 다가오는 그리운 얼굴일 수도 있다.
첫눈은 모든 사람들에게 설렘을 갖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첫눈 오는 날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예전의 사랑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리움에 젖기도 한다. 특히 연인들은 첫눈 오는 날 첫눈을 함께 보면 그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도 유행하고 있나 보다. ‘첫눈을 함께 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데 큰일이다’고 요즘 한창 인기 있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란 곳에서 주인공 남한여자 윤세리가 북한남자 리정혁에게 첫눈 오는 날 평양의 호텔 로비에서 맥주를 마시며 하는 말이다. 이미 서로를 좋아하게 된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암시 같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던 여주인공이 돌개바람이 부는 날 불의의 사고로 북한 비무장지대(DMZ)에 떨어지고, 그곳을 순찰 중이던 북한군인 리정혁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복무에 충실한 리정혁은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고자 하지만, 모든 것이 단순한 사고이며 예측불허한 날씨 때문이며, 북한이란 말에 놀라 도망가게 해 달라는 윤세리의 말과 행동에, 그리고 자신이 지뢰를 밟은 급박한 상황에서 그녀를 놓아준다. 그리고 부하들께 무전을 치지만 그의 부하들은 모두 딴짓들을 하다가 그녀를 놓치고 만다. 부하 덕분에 가까스로 지뢰를 제거한 그는 그녀가 걱정되어 밤늦게까지 순찰을 한다. 온 힘을 다해 도망하던 윤세리가 가까스로 다다른 곳은 바로 리정혁의 집앞이었다. 순찰차에 들키려는 순간, 다가온 리정혁이 잽싸게 그녀를 자기집 대문안으로 숨기게 된다. 그녀의 신분이 알려지게 되면 모두 책임을 문책 당하게 된 리정혁과 그 부대원 4명은 비밀리에 그녀를 서울로 보낼 방법을 모색하는데, 자꾸 실패하게 된다. 윤세리를 향한 리정혁의 마음은 약혼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변해가고, 자기를 지켜주고 잘해주는 리정혁에게 윤세리도 그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다. 남한여자와 북한남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이 드라마이다.
새해 첫날 아침 서설이 내린 올해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한 해, 좋은 일이 많은 한 해이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