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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사랑하면 얼마든지 거북이가 될 수 있습니다

[한희철 목사님] 사랑하면 얼마든지 거북이가 될 수 있습니다

by 한희철 목사님 2020.03.31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은, 이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름은 다른 사람과 누군가를 구별하기 위한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그의 존재와 정체성을 나타냅니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름과 함께 그의 삶을 기억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3월 25일부터 ‘민식이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하는 아동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이 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김민식 군이 숨진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5년간(2014~2018년)의 자료에 의하면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는 모두 2458건이 발생했고, 그중 31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교통사고로 어린이가 목숨을 잃는다는 것 자체가 마음 아픈 일이지만, 특별히 학교 주변에서 그런 사고를 당하는 것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희생을 당한 가족은 물론 학교 친구들이 겪을 마음의 상처가 너무도 크고 오래가기 때문입니다.
학교 주변이라면 언제라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장난치는 아이들이 콩알 튀어나오듯 아무 생각 없이 달려 나올 수 있는 곳, 운전자들로서는 조심에 조심을 해야 할 곳이지요. 그래서 학교 주변에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어린이 보호구역이 있습니다.
민식이법이 시행됨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의 속도는 30km로 제한됩니다. 단지 속도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어서 어린이 보호구역에는 무인단속카메라와 신호기 4000여대를 설치하게 됩니다. 전국 어린이 보호구역은 2018년 기준 총 1만 6789곳인데 무인단속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전체의 4.9%인 820곳에 불과하고, 차량과 보행자 신호등이 없는 곳도 2만 1328곳에 달합니다. 민식이법을 계기로 정부에서는 2022년까지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에 무인단속카메라와 신호기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어린이 보호구역 중 도로 폭이 좁은 이면도로처럼 설치가 부적합한 지역엔 과속방지턱과 같은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운전자의 시야를 가림으로 사고의 중요 원인을 제공하는 불법 주정차를 없애기 위해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 노상주차장을 모두 없애는 것도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입니다. 어린이가 안전하게 등하교 할 수 있도록 시간제 차량 통행 제한도 도입해서 등교 시간인 오전 8~9시에는 차량이 아예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법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의식과 실천입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갈 때면 운전자는 내가 거북이가 되었다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독일에서 살 때 시속 35km로 달리다 과속 단속에 적발되어 벌금을 낸 적이 있습니다. 제한속도가 시속 30km인 지역이었습니다. 5km 초과 과속 딱지는 거리의 주인이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랑하면 얼마든지 거북이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