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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대표님] 뭣이 중헌디? 일과 노동을 생각하며

[김재은 대표님] 뭣이 중헌디? 일과 노동을 생각하며

by 김재은 대표님 2020.05.07

휴일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청소며 빨래 등 집안일을 한다. 엊그제 휴일에도 창문을 활짝 열고 5월의 푸르름을 만끽하여 ‘일상의 노동’을 즐겁게 했음은 물론이다. 여름이 다가오는지 벌써 덥게 느껴졌지만...
며칠 전 부처님 오신 날과 노동절을 앞둔 그날, 이천의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여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일어났다. 그런데 그들 거의 대부분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노동자라는 게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일이 밥이고 밥은 생명이기에 노동(일)이야말로 삶 그 자체인데 그 노동 현실이 생명을 쉽게 앗아갈 수도 있는 환경이었다는 것에 화가 나고 분노가 올라온다. 더구나 이런 류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에 이르니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밥줄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일을 통해 밥(생명)을 해결한다.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
중국 당나라 백장(百丈) 선사의 청규(淸規)가 떠오른다. 하루 일하지 않았다면 그 하루만큼 먹지 않는다(말라)는 가르침이다. 누구나 노동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 이것은 큰스님 당신이라도 예외일 수는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기에 일하지 않고 먹는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노동, 땀 흘린 대가를 빼앗는 것의 다름이 아닌가. 백장 선사가 죽을 때까지 쟁기를 놓지 않았던 그 마음도 바로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네 사회엔 언제부터인가 노동(일)이 무시를 넘어 천시되고 있다. 땀 흘려 일하는 자를 세상에 뒤떨어진 사람이자 패배자인 듯 취급하는 것이다. 그래서 돈을 가진 자(또는 자본)가 사활을 걸고 사려는 것이 바로 노동이다.
우리가 소중하다 여기는 가족이며 사랑, 자존감 등은 그보다 한참 뒤로 밀려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누군가의 노동이 없다면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세상이 멈추면 나의 삶도 멈출 수밖에 없기에 누구나 몸소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노동 없이 자본주의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번 코로나19 세상에서 만난 헌신적인 의료진과 소방대원 등 공무원, 마스크 등 생필품 생산 노동자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택배 노동자들을 보라. 그들이 일을 멈추면 우리의 하루가 어떻게 될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세상은 복잡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중심에 일이 있고 노동이 있다. 그러기에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것은 자연스럽고 마땅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고 자본의 힘을 위세로 무임승차, 불로소득이 횡행한다.
이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나누고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그런 사회가 진정 건강한 세상이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동체이다. 나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을 해가면 좋겠다. 누구만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서다. 노동은 우리 사회의 혈액이며 생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