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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스투키와 난蘭에 물주기

[정운 스님] 스투키와 난蘭에 물주기

by 정운 스님 2020.05.25

근자 스승의 날, 오래전 가르쳤던 학생들과 스님들 몇 분이 문자를 주거나 선물을 보내왔다. 주위 몇 분에게서 인사를 받으며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내가 스승으로서 대접받을 만큼 덕성을 갖추지 못했는데, 스승의 날이라고 인사받는 것이 멋쩍었다고 할까? 작년까지도 그렇지 않았는데, 올해는 부쩍 그런 생각이 든다. 인생의 철이 드는 건가! 스승으로서의 자질과 덕성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어떤 것을) 들으면, 그것을 그대로 행해야 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부형이 계시는데, 어찌 들었다고 바로 행할 수 있겠느냐?”
염유가 똑같은 질문을 했다.
“(어떤 것을) 들으면, 그것을 그대로 행해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한다.”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공서화가 말했다.
“스승님, 자로에게는 ‘부형이 계시는데, 어찌 쉽게 행하느냐?’고 하시고, 염유의 질문에는 스승님께서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니, 저는 의구심이 듭니다.”
공자가 말했다.
“염유는 물러서는 성격이므로 ‘곧바로 나아가라’고 하였고, 자로는 남의 몫까지 겸할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이므로 한 번쯤 사유하고, 물러서게 한 것이다.”
- <논어> 선진 21장

똑같은 질문에도 그 사람의 근기에 따라 스승의 답변이 달랐다. 석가모니 살아계실 때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제자들 중에 공부를 많이 한 승려가 와서 ‘조용한 곳[아란야]으로 가서 홀로 수행하고 싶다’고 말하면, 부처님은 대부분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이를 보고, 우바리 존자도 부처님께 찾아가 자신도 아란야에서 조용히 홀로 수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부처님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No’라고 하신 뒤 ‘너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머물면서 공부하라’며 허락해 주지 않았다.
제자를 교육하는 스승의 뛰어남이 돋보인다. 각자마다 그 사람의 그릇이 다른데, 이를 알고 지도함이 스승 됨의 첫 번째 자질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식물을 좋아해 다양한 나무와 꽃을 키운다. 그런데 이 식물들에게 일괄적으로 물을 주어서는 안된다. 공기정화 식물인 스투키는 한 달에 한 번 물을 주고, 난 계통은 열흘에 한번, 잎이 무성한 나무 계통은 일주일 단위로 물을 주어야 한다. 식물도 물을 받아들이는 용량이 다르다.
내 입장에서 일괄적으로 한 번에 물을 주면, 살아 있는 식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사람도 그러하다고 본다. 진정한 교육은 일괄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피교육자의 근기와 성량에 맞춰 지도함이 참 교육이라고 본다. 물론 이 또한 정답이 아닐 수도 있기에 늘 고민하고 사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