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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인연

[정운 스님] 인연

by 정운 스님 2020.10.27

사람이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원인은 사람과의 관계라고 한다. 어느 구름에 비 묻어올지 모르는 게 인연이라고, 수많은 인연 중 잘못된 인연은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혹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해 집안이 풍비박산 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잘못된 배우자 인연으로 평생 회복될 수 없는 곤란에 처할 수도 있다.
그 반대로 사람과의 좋은 인연으로 큰 행복을 얻는 이도 있고, 어떤 사람과의 선연善緣으로 살아가는 삶의 동기를 얻을 수도 있다. 필자에게 몇 년 전에 찾아온 제자가 있었다. 내 저서를 읽고 인연 된 사람이다. 사람이 반듯하고, 무엇이든 잘 하려고 했던 친구이다.
필자가 행자 시절부터 함께 데리고 살면서 정이 붙어야 하는데, 다른 사찰에 맡겨서 그 친구의 속 사정을 잘 몰랐다. 얼마 후 그 친구가 정식 스님이 된 뒤에 가끔 만나고, 함께 지내는 기간이 있었다. 함께 있어보니, 약간의 조울증에다, 불안 증세가 있었다. 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삶 자체를 힘들어했다. 이 점은 필자만 느낀 게 아니고,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도 느낀 점이다.
결국 그 친구는 승려 생활을 하지 못하고,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필자가 그 친구의 동향을 살뜰히 살피고 챙겨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에 자괴감이 한동안 나를 지배했다. 인연이 거기까지이지만, 이런 친구는 어디에 살아도 힘들게 살 것이라는 것에 안타까웠다. 인연이 닿지 않으려면 삶아놓은 계란에서도 병아리가 부화되어 도망간다고 하였으니, 좋은 인연 닿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인연이 있으면 천리에 떨어져 있어도 만나지만,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마주하고서도 만나지 못한다[有緣天里來相會 無緣對面不相逢]” - <수호전>
사람 인연도 순리가 있는 법이요,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필자에게 또 하나의 인연이 있다면, 중국에 잠깐 머물 때, 만난 한국 분들이다. 그 가운데 한 분은 소소한 것까지 필자를 챙겨주었다. 고마운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의 분에 넘치는 것 같아 조금 부담될 정도였다.
어쨌든 중국에서 몇 분과의 인연으로, 외국에 사는 동안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분들 중에 한 분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인연 되어 차茶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도움받고 있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할 따름이다. 잠깐의 인연으로 오래 지속되는 것을 보니, 좋은 인연인 것 같다.
필자가 사람과의 인연만을 언급했지만 여러 인연이 있다. 좋은 가르침을 만나는 것도 인연이요, 어떤 일을 성취코자 할 때 성공하는 것도 시절 인연이 맞아야 한다. 또한 인생에 멘토를 만나는 것도 인연이 맞아야 한다.
그런데 좋은 진리를 얻는 것, 어떤 일에서 성공하는 것은 노력을 통해서 시절 인연을 만날 수 있지만, 사람 인연만큼은 노력보다는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