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섭 시인님] 어이없는 수능문제
[이규섭 시인님] 어이없는 수능문제
by 이규섭 시인님 2020.12.11
지난 3일 치른 대입 수능시험에 어이없는 문제가 출제돼 논란이 됐다. 수능이 장난도 아니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다음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을 고르라는 한국사 문제다.
‘지난해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대결과 단절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공영의 새 시대를 열기로 합의하였습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자주적으로 실현하려는 우리의 노력도 북의 호응으로 큰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통일은 소망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1992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연설을 지문으로 제시했다.
다섯 보기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① 당백전을 발행하였다. ② 도병마사를 설치하였다. ③ 노비안검법을 시행하였다. ④ 대마도를(쓰시마섬)을 정벌하였다. ⑤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였다.
‘도병마사 설치’와 ‘노비안검법’ 시행은 고려시대, ‘당백전’ 발행과 ‘대마도 정벌’은 조선 후기의 일이다. 현대사 영역은 ⑤번이다.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은 초등학생이 봐도 알 수 있다. 한 수험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거저먹는 문제인데 쉬운 수준을 떠나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난도 높은 문제에 주는 3점 배정이다. 변별력을 상실할 정도로 지나치게 쉬운 데다 은연 중 남북 평화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이어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편향적 이념을 주입하려는 노림수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어두운 구석이 있으면 밝은 면도 있기 마련. ‘필적확인 문구’는 코로나 사태로 등교 중단 등 어려움을 겪은 수험생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다고 한다. 필적확인 문구란, 수능 응시생들이 이를 자필로 적게 한 뒤 필적을 확인해 대리시험을 막기 위한 조치다. 2005학년도 수능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생하여 도입됐다.
필적확인 문구는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이다. 나태주 시인이 2015년 펴낸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 수록된 시 ‘들길을 걸으며’ 중에서 인용한 것이다. 지난해는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는 김남조 시인의 ‘편지’중에서 따왔다.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2010학년도)는 유안진의 명 수필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박정만의 ‘작은 연가’ 중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2014학년도)는 수험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같다. 가장 많이 인용된 시인은 정지용으로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2016학년도 ‘향수’) 등 세 차례다. 인용 문구마다 문학적 감성이 짙게 묻어난다.
15년째 이어온 필적확인 문구는 단순히 부정행위 방지용이 아닌 세대별 수험생 시절의 추억을 향수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매해 나온 필적 확인 문구로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 대화방 이름을 설정해 같은 해 시험을 본 사람들끼리 공유한다. 수능 필적문구는 필적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인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 출제위원들이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대결과 단절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공영의 새 시대를 열기로 합의하였습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자주적으로 실현하려는 우리의 노력도 북의 호응으로 큰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통일은 소망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1992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연설을 지문으로 제시했다.
다섯 보기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① 당백전을 발행하였다. ② 도병마사를 설치하였다. ③ 노비안검법을 시행하였다. ④ 대마도를(쓰시마섬)을 정벌하였다. ⑤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였다.
‘도병마사 설치’와 ‘노비안검법’ 시행은 고려시대, ‘당백전’ 발행과 ‘대마도 정벌’은 조선 후기의 일이다. 현대사 영역은 ⑤번이다.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은 초등학생이 봐도 알 수 있다. 한 수험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거저먹는 문제인데 쉬운 수준을 떠나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난도 높은 문제에 주는 3점 배정이다. 변별력을 상실할 정도로 지나치게 쉬운 데다 은연 중 남북 평화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이어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편향적 이념을 주입하려는 노림수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어두운 구석이 있으면 밝은 면도 있기 마련. ‘필적확인 문구’는 코로나 사태로 등교 중단 등 어려움을 겪은 수험생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다고 한다. 필적확인 문구란, 수능 응시생들이 이를 자필로 적게 한 뒤 필적을 확인해 대리시험을 막기 위한 조치다. 2005학년도 수능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생하여 도입됐다.
필적확인 문구는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이다. 나태주 시인이 2015년 펴낸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 수록된 시 ‘들길을 걸으며’ 중에서 인용한 것이다. 지난해는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는 김남조 시인의 ‘편지’중에서 따왔다.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2010학년도)는 유안진의 명 수필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박정만의 ‘작은 연가’ 중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2014학년도)는 수험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같다. 가장 많이 인용된 시인은 정지용으로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2016학년도 ‘향수’) 등 세 차례다. 인용 문구마다 문학적 감성이 짙게 묻어난다.
15년째 이어온 필적확인 문구는 단순히 부정행위 방지용이 아닌 세대별 수험생 시절의 추억을 향수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매해 나온 필적 확인 문구로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 대화방 이름을 설정해 같은 해 시험을 본 사람들끼리 공유한다. 수능 필적문구는 필적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인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 출제위원들이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