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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 비누로 머리를 감는 것은

[한희철 목사] 비누로 머리를 감는 것은

by 한희철 목사님 2020.12.16

낯설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지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은 쓰레기 줄이기 운동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포장을 최소화해서 쓰레기 배출량을 ‘0’에 가깝게 만들어 보자는 친환경 운동입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면서 쓰레기 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가 새롭게 주목을 받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반가운 것은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20대와 30대를 중심으로 실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온라인 주문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아무래도 젊은이들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물건을 받아보면 플라스틱이나 비닐 쓰레기가 순식간에 불어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몇 가지 구체적인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중앙대 학생 4명은 ‘지구 자판기’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 빈 병 등을 가져오는 학생들에게 소량의 샴푸나 섬유 유연제를 무료로 나눠주는 방식입니다.
‘알맹상점’은 이름부터 재기가 발랄합니다.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는 뜻으로, 이름대로 포장이 없는 ‘알맹이’만을 판매합니다. 고객이 용기를 가져오면 샴푸와 세제 등을 담아 g당 가격을 매기는 방식입니다. 알맹상점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회수센터’도 인기입니다. 각종 쓰레기를 지역 주민에게 받아 재활용하는 것인데, 우유팩은 화장지로 병뚜껑과 빨대는 치약 짜개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이런 흐름은 기업의 제로 웨이스트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화장품 회사의 매장에서는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내용물만 담아 갈 수 있는 방식인데, 샴푸와 바디워시 등 15개 제품을 골라 코코넛 껍질로 만든 용기에 담은 다음 무게를 재어 가격을 지불하면 됩니다. 상품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보통 일반 용기 제품 가격의 절반 이하 수준이어서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고 합니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참여할 수가 있는 운동입니다. 예를 들면 텀블러 사용을 일상화하고, 장을 보러 갈 때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장바구니를 챙겨가는 것을 일상화하는 것이지요.
두어 달 전부터 스스로 택한 변화가 있습니다. 아침마다 머리를 감을 때 샴푸 대신 비누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뭔가 개운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머릿결이 부드럽지 못한 것도 같고, 혹시 비듬이 생기는 것 아닐까 조심스럽기도 하고, 처음엔 약간의 가려움증도 느꼈지만 꾹 참고 비누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천연 비누의 경우 몸과 환경에 해로운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계면 활성제와 화학 방부제도 사용되지 않습니다. 비누를 사용하는 것과 샴푸와 린스를 사용하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비누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나도 뭔가 환경을 덜 해치는 선택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