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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눈물 한 방울의 시

[이규섭 시인님] 눈물 한 방울의 시

by 이규섭 시인님 2021.01.11

신춘문예는 새해 희망을 변주하는 팡파르다. 당선자들은 영예의 영광을 차지해 행복하고, 독자는 신인들이 뿜어낸 신선한 언어를 설렘으로 마주할 수 있어 흐뭇하다. 신춘문예 당선 시들을 신문 지면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둘러봤다.
‘단순하지 않은 마음’(조선일보 강우근)은 ‘돌발적이고, 바뀌고 달라지며, 충돌하고 흩어지는 일상, 그것이 곧 우리 존재의 본 모습이라는 것을 뚜렷하게 말한다’고 평가했다. 관념어 ‘마음’처럼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이미지를 담아 무겁게 느껴졌다. 종일 튀김 솥 앞에서 튀김을 튀겨 파는 엄마 팔뚝의 상처투성이 튀김 꽃에서 아릿한 꽃향기를 느끼며 눈이 촉촉해진다는 동시 ‘엄마의 꽃밭’이 공감의 동심을 두레박질한다.
‘여름의 돌’(동아일보 이근석)은 심사평자로부터 ‘청년의 불안과 기대를 수일한 이미지와 자연스러운 리듬을 통해 순조롭게 표현해 당선에 값한다’는 평을 들었다. 시인은 중학교 졸업 후 자유롭고 싶어서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마치고 혼자 시를 써왔다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이것들은 구직 요망의 시일는지 모른다. 내가 아니라 내 정황이 썼기 때문이다”고 했듯 절실함이 묻어난다.
‘작명소가 없는 마을의 밤에’(한국일보 신이인)는 ‘완벽한 관리자와 특별한 난동꾼, 그 모두를 해내는 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오리너구리’ 인형의 안과 밖의 복잡한 속내를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노이즈 캔슬링’(경향신문 윤혜지)은 ‘이어짐과 멈춤이 무심한 굴절을 만들어 내는 매혹’의 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소음으로 소음을 지워내는 방식’처럼 굴절의 언어 공간을 넘나들며 이해하기란 버겁다. ‘주방장은 쓴다’(세계일보 이영재)는 독특하고 빠른 리듬이 매력적이라는 심사평이다. 시어들은 휘파람을 불 듯 명쾌하지만 함축의 미학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해 신춘문예 당선 시들이 대체적으로 길어 순간 감전 같은 찌릿한 감동의 전율이 약하다.
새해 벽두 한국 지성의 큰 산맥인 이어령 선생이 병상에서 쓴 낙서 ‘눈물 한 방울’이 시가 되어 위안과 힘이 된다.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투병 중인 미수(米壽)의 노(老) 학자는 마루에 쪼그리고 앉아 발톱을 깎다가 눈물 한 방울을 툭, 떨어뜨렸다. 멍들고 이지러져 사라지다시피한 새끼발톱, 그 가여운 발가락을 보고 있자니 회한이 밀려왔다. “이 무거운 몸뚱이를 짊어지고 80년을 달려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느냐. 나는 왜 이제 와 너의 존재를 발견했느냐.”고. 조선일보(1월 2일 섹션면)는 썼다.
작은 스케치북의 낙서가 시가 되고 눈물이 된다. “어떤 고통이 와도 글을 쓰고 싶다”고 밝히며 그 의지가 자신을 살 게 하는 혈청제이며 의연하게 죽음을 맞고 싶다고 밝혀 숙연해진다. 그는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며 ‘눈물은 희망의 씨앗’이라고 정의한다. 희망의 씨앗이 코로나 극복의 백신이 되어 웃음꽃으로 피어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