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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추어탕 한 그릇

[김민정 박사님] 추어탕 한 그릇

by 김민정 박사님 2021.01.11

이렇게 마주 앉아 마스크를 활짝, 벗고
한바탕 끓여 내온 뚝배기를 앞에 두고
오늘도 애썼노라고, 뜨거운 등 다독인다

살과 뼈 다 녹여서 제 몸을 보시해도
우리네 한여름은 아직도 휘청하는데
한 번 더 수저를 뜨며 눈빛으로 말을 건다
졸시, 「추어탕 한 그릇」 전문

또 한 해 신축년의 대문을 활짝 열었다. 올해는 흰 소의 해라고 한다. 기독교에서는 ‘희다’의 의미가 ‘흠이 없다, 순결하다, 거룩하다, 승리하였다’등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희다’의 의미가 ‘속세를 벗어났다, 지혜롭다, 부처 상징’ 등이라고 한다. 어리석음에서 밝음으로 인도해 주는 지혜의 소라는 것이다. 유교에서는 흰색은 ‘성인’을 상징한다고 한다.
소는 어떠한가? 첫째, 소는 부지런하고 꾸준한 지구력이 강한 대표적인 동물로 꼽힌다. 둘째, 소는 희생과 봉사의 상징이다. 논밭을 갈아주며 젖소인 경우는 우유를 제공하고 죽어서는 귀한 소고기를 주는 완전한 희생의 상징이다. 셋째, 소는 위가 4개여서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이다. 그래서 올해는 소처럼 부지런한 삶을 사는 사람이 성공하는 해이고, 희생과 봉사를 하는 사람이 존경받고 사랑받는 해가 될 것이고, 또 자신의 성장을 위해 먼저 바라고 찾고 노력하는 사람이 대박 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올해는 좀 더 부지런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할 일을 먼저 찾아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돌아보면 지난 한 해는 갑갑하고 숨 막히는 마스크와 함께 한 1년이었다. “밥 한 번 먹자” 또는 “밥 한 번 살게”라는 말이 우리들에게는 정의 표현이었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추어탕 한 그릇’을 함께 먹는 시간도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마주 앉아 마스크 활짝, 벗고’ 음식을 함께 먹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한 시절이 되다니,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살과 뼈 다 녹여서 제 몸을 보시해도/ 우리네 한여름은 아직도 휘청하는데’라는 표현 속에는 현실의 세태가 잘 나타나고 있다. ‘살과 뼈를 다 녹여서’ 정성 들여 바쳐지는 한 그릇이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지친 우리네의 한 여름은, 즉 우리들의 육신은 ‘휘청하는’ 상황이다. ‘오늘도 애썼노라고, 뜨거운 등 다독’이며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잘 견뎌가고 있다’고,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나가고 있다’고 위로해야 한다. 코로나로 한껏 예민해지고 감정의 날도 더 날카로워진 속에, 위축된 자아를 위로해야 한다.
겨울에도 죽지 않는 코로나19는 여전히 전 세계에 기승을 부리고 있고 종식이 불분명한 상황이라 아직도 우리에게 계속적인 불안과 생활의 불편을 주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되고 있다고는 하나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아직 알 수 없고, 또 그것을 찾는 인구가 많아 쉽게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는 마스크를 쓰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한 해를 시작한다. 코로나를 완전히 물리칠 때까지 개개인이 조심조심하며 코로나로부터 자신을 최대한 지켜내야 한다. 독자 여러분, 올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