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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소[牛] 이야기

[정운 스님] 소[牛] 이야기

by 정운 스님 2021.01.19

필자는 ‘stay foolish’라는 말을 좋아한다. 한 눈 팔지 않고, 꾀부리지 않으며 우직하게 한 길로 나아간다는 뜻이 있어서다. 그런 동물을 떠올리면, 소[牛]라는 존재가 이미지화된다. 일반적으로 소는 신뢰감과 함께 우직한 동물이지만, 불교에서도 소는 매우 상서로운 이미지다. 불교 경전에 소와 관련된 재미난 비유를 먼저 소개한다.
어느 장자가 살았는데, 그 장자는 매우 큰 저택에 많은 재산을 소유했다. 집은 오래된 고택으로 낡았고, 기둥은 썩고 대들보가 기울어져 있었다. 어느 날 고택에 불이 나 순식간에 집 전체에 번져가기 시작했다. 장자는 엉겁결에 대문 밖으로 겨우 피신했으나 아이들은 집안에서 놀고 있었다. 장자는 애들에게 ‘나오라’고 소리쳐 불러도 아이들은 노는데 정신 팔려 불타는 집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장자는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 아이들에게 외쳤다.
“얘들아, 지금 이 집은 불타고 있다. 위험하니, 빨리 집 밖으로 나가자.”
이렇게 타일러도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자, 할 수 없이 장자는 이렇게 외쳤다.
“얘들아, 대문 밖에 너희들이 좋아하는 양거ㆍ녹거ㆍ우거, 장난감이 있다. 이것들을 너희들에게 모두 줄 터이니, 어서 나가자.”
아이들은 그 소리를 듣고, 겨우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런데 장자는 아이들에게 세 장난감이 아닌 그보다 더 좋은 백우거白牛車[흰 소가 끄는 수레]를 주었다.
여기서 ‘불이 난 집’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등 번뇌를 말한다. 양거는 양이 끄는 수레, 녹거는 사슴이 끄는 수레, 우거는 소가 끄는 장난감 수레를 말한다. 세 장난감보다 가장 좋은 백우거를 주었다는 것은 ‘가장 좋은 장난감’을 주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장자[아저씨]는 불교 경전이니, 부처님을 말한다. 종교가 다른 사람은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의 신으로 떠올리면 어떨까요.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인도는 소를 숭성시한다. 소가 도로를 활보해도 모든 차들이 멈추었다가 소가 지나간 뒤에 달릴 정도이니, 인도인들의 소에 대한 예찬이 지극하다.
또한 석가모니 부처님이 출가하기 전 성이 ‘고타마(Gotama)’인데, ‘최상最上의 소’를 상징한다. 중국은 도교가 민속 신앙으로 하나의 종교이다. 그런데 도교의 시조인 노자가 죽었다고 하지 않고, ‘소’를 타고 함곡관函谷關 너머로 사라졌다고 하면서 신비스런 이미지로 여기고 있다. 또 동양에서는 위대한 위인을 묘사할 때도 소에 비유 들어 ‘소처럼 걷고 호랑이처럼 사람들을 바라본다[牛行虎視]’라고 하여 뛰어난 사람을 표현할 때 소에 비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랫동안 경제가 침체되었고, 사람들이 우울감에 빠져있다. 곧 백신이 개발되어 치료제가 나온다고 하지만 쉽게 회복되는 일은 쉽지 않다.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부정적인 생각을 내려놓고 희망을 갖고 소처럼 천천히 나아가자. 올해는 상서로움과 위인을 상징하는 신축년이지 않은가?! 조급함을 내려놓고, 황소처럼 오로지 앞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면, 반드시 해 뜰 날이 온다. 인류사를 보면, 항상 인간은 바이러스 전염증에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