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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넌 정말은 착한 아이

[한희철 목사님] 넌 정말은 착한 아이

by 한희철 목사님 2021.01.20

어쩌면 책에도 수명이 있지 싶습니다. 책의 표지나 낱장이 낡아 형태를 잃어버리는, 그런 수명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오래전에 읽었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는 책이 있습니다. 마음에 오래 남아 때때로 떠오르는 책은 마치 마음의 방 아궁이에 때마다 불을 때는 것처럼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주고는 합니다.
그런 책 중의 하나가 제게는 <창가의 토토>입니다.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쓴 책으로, 저자가 어릴 적에 다녔던 도모에 학원과 그곳에서 자신을 가르쳐 주었던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을 그리움으로 떠올리며 학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기록한 책입니다. 테츠코는 이 책으로 국경을 초월해 인류에게 가장 큰 교육적 영향을 끼친 작가에게 수여하는 코르체크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창가의 토토>는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해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퇴학을 당한 토토가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을 만나는 이야기로 시작이 됩니다. 학교에서 쫓겨난 토토가 어머니와 함께 찾아간 도모에 학원은 못쓰게 된 전철 여섯 량을 이어 붙인 학교였습니다.
정해진 자리 없이 아무 데나 그날 앉고 싶은 자리에 앉고, 배울 것을 일찍 마친 반은 선생님과 야외로 산책을 나가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학교에 올 때는 일부러 허름한 옷을 입고 오게 하고, 농사짓는 농부를 선생님으로 초청하고, 새로운 교실로 쓸 전철 한 대가 학교에 들어오는 날은 어떻게 전철이 올지 궁금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잠옷과 담요를 가지고 학교로 모이게 하여 궁금증을 풀어주고, 운동회 날 상으로는 1등에 무 하나, 2등은 우엉 두 뿌리, 3등은 시금치 한 단을 주고, 도모에 학원이 사랑과 자유로 깨트린 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토토를 처음 만난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은 지루해 하거나 하품을 하는 일도 없이 토토가 하는 이야기를 장장 네 시간이나 마주 앉아 듣습니다. 다음날 토토에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어서 학교에 가고 싶어 안달을 하지요.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기를 싫어하던 토토가 도모에 학원에 한 번 다녀온 뒤로는 누가 깨우기도 전에 제일 먼저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어서 식구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릴 정도로 바뀌게 됩니다.
토토에게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것은 작가가 후기에서 밝힌 것처럼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이 토토에게 끊임없이 들려주었던 한 마디 말이었습니다. “넌 정말은 착한 아이”라는 말이었지요. 만약 자신이 도모에 학원을 다니지 않았고 고바야시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자신은 ‘못된 아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콤플렉스에 고뇌하며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채 어른이 되었을 것이라는 작가의 고백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우리 삶을 치유하고 격려할 수 있는 것이 거창한 것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심 어린 마음에서 우러난 한 마디 말에 있음을, “넌 정말은 착한 아이”라는 말은 돌아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