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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세상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

[한희철 목사님] 세상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

by 한희철 목사님 2021.02.10

시대가 바뀌면서 많은 것들이 덩달아 바뀝니다. 바뀌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여겨집니다. 변화의 속도가 하도 빨라 어떨 때는 따라가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쯤에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는 걸 포기해야 하나, 왕왕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가도,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잠깐 반짝하다가 언젠지도 모르게 사라지는 것보다는,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함이 없는 것들이 더욱 소중한 것들이겠지요.
중국에서 일어난 일 한 가지가 어떤 경우에도 바뀌지 않는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몸이 불편하여 거동이 힘든 자기 어머니를 아들이 생매장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이미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였습니다. 걸음도 제대로 뗄 수 없는 시어머니를 수레에 싣고 나간 남편이 자기만 혼자서 돌아오는 것을 본 며느리가 경찰에 신고를 해서 세상에 알려진 일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아들은 어머니와 함께 저녁 무렵 집을 나갔다가 다음날 새벽 2시에 혼자서 돌아왔습니다. 가족들이 노모의 행방을 물었을 때에도,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아들은 같은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어머니를 버스에 태워 친척 집으로 보냈다고 둘러댔던 것입니다. 경찰의 추궁 끝에 아들은 마침내 범행을 털어놓았습니다. 집에 들어올 때마다 오줌 냄새로 침대에서 악취가 나서 더는 견딜 수 없었던 아들이 어머니를 구덩이에 묻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어머니가 묻힌 곳으로 급히 출동했고, 서둘러 흙을 파낸 끝에 어머니를 구출할 수 있었습니다. 구덩이에 어머니를 밀어 넣은 후 주변에 버려져 있던 나무판으로 구덩이를 막고 흙을 덮었던 것이었는데, 나무판 아래 남아 있던 공기가 어머니의 생명을 지켜주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아들은 고의살인죄로 구속이 되어 12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이 아니라도 천벌을 받아야 할 일이었습니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지만 모든 일은 자명했고, 일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 어머니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이 낳은 아들에 의해 구덩이에 묻혔고, 사흘 만에 겨우 구출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의식이 흐릿한 상황에서도 경찰을 향해 내가 스스로 땅을 파서 들어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걸음도 제대로 뗄 수 없는 노인이 스스로 땅을 파고 들어갔다니요, 어머니는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아들이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했던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걱정은 병원에서도 이어져 아들이 감옥에 가는 것은 아닌지,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닌지, 아들 걱정만 하다가 결국은 병원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온몸에 멍이 들도록 먼 길을 헤엄친 연어가 모천으로 돌아오듯, 각자의 고향을 찾는 설날을 맞이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다 함께 모이는 즐거움은 양보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바꾸어도 바뀌지 않는 부모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일만큼은 양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