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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대표님] 자투리는 힘이 세다

[김재은 대표님] 자투리는 힘이 세다

by 김재은 대표님 2021.03.16

여느 때와 같이 알람 소리에 일어나 집을 나선다. 작은 암자까지 뚜벅뚜벅 걷는다.
108배를 하고 사찰 마당을 한 바퀴 돌며 마음을 모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산비둘기며 까치, 이름 모를 새소리에 나의 아침이 깨어난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누군가에겐 아직 달콤한 잠의 시간이지만 나에겐 하루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다.
나를 살아있게 하는 자투리 시간이다.
자로 재어 팔거나 재단하다가 남은 천의 조각, 자투리를 어학사전에서는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리 쓸모가 있을 것 같지 않은 하찮은 것이다. 그러나 자투리가 필요한 곳에는 요긴하게 쓰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아침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듯이 말이다.
우리의 하루 일상을 살펴보자. 이런저런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수많은 자투리 시간의 연속이다. 아니 하릴없이 굳이 계산해본다면 하루 중 자투리 시간이 가장 많을지도 모르겠다. 뜬금없이 까투리 타령도 아닌 자투리 타령을 하는 이유가 있다.
자투리 시간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일상의 많은 부분이 자투리이기 때문이다. 곧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면 삶이 훨씬 건강하고 즐거워질 거라는 것, 바로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늘 바쁜 일상에 쫓겨 중요한 일보다는 긴급한 일을 하느라 쩔쩔맨다.
고마운 사람에게 전화 한 통 못하고,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지혜롭게 할 음악 한 곡 듣지 못하고 책 한 페이지 보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낸다. 대부분 다음에 시간 날 때 할 거라며 기약 없이 미룬다. 그러다 결국 하고 싶은 것, 중요한 것을 하지 못한 채 나중에 후회로 남게 된다.
그러나 자투리 시간에 깨어있으면서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고 새소리도 들을 수 있으며, 안부전화도 할 수 있고 마음을 담은 짧은 손 편지도 쓸 수 있을 것이다. 오감을 챙기며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만끽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인생의 진짜 게임은 ‘자투리 시간’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몰려온다.
새해초부터 특별히 마음먹고 실천하고 있는 하루 1만 보 걷기도 결국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 있듯이 자투리 걸음, 자투리 독서, 자투리 명상, 자투리 낮잠(꿀잠) 등등 자투리에 나의 삶의 건강과 행복이 달려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다 떠오른 자투리가 하나 있으니 바로 자투리땅이다. 변변한 땅 한퇘기가 없어 집 뜰의 아주 작은 자투리땅에 가족들 건사할 푸성귀를 정성껏 가꾸던 부모님 생각이 나서이다. 땅이란 어떤 것도 허투루 내어주지 않는다. 반드시 땀을 흘려야 한다. 자투리땅도 땀과 정성이 깃들여야 할 것은 불문가지이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땅투기로 세상이 다시 시끄럽다. 땅과 집이 가꾸고 사는 곳이 아닌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린 지 오래, 자투리땅과 부모님을 떠올리니 괜시리 서글퍼진다. 내 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손가락질만 해대는 정의의 사도를 칭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마음이 아프다.
이 시대야말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자투리 정신’이 모인 ‘자투리 축적’이 필요한 때이리라. 자투리땅이었지만 온 정성으로 땀을 흘려 가꾼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 말이다. 작은 것의 소중함, 땀의 정신이 우리 삶과 사회에 녹아들 때 진정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이 열릴 것이다.
자투리는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