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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기후변화에 민감해졌다

[이규섭 시인님] 기후변화에 민감해졌다

by 이규섭 시인님 2021.03.19

하늘이 뿌옇다.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겹쳐 도심 건물의 윤곽마저 희미하다. 마스크를 착용했는데도 목이 칼칼하고 답답하다. 초미세먼지가 지난 9일부터 일주일 넘게 수도권을 덮쳤다. 최악의 상황인 지난 11일 서울의 초미세먼지는(PM2.5) ㎥당 102μg(마이크로그램)으로 매우 나쁨(76μg/㎥ 이상) 기준치를 훌쩍 넘겨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이번 미세먼지는 중국 발 오염물질이 유입된 상태에서 한반도 상공에 고기압이 위치해 대기가 정체돼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속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발 요인이 3분의 2 정도 차지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환경 당국은 고농도 미세먼지와 관련, 중국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한 분석 작업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 눈치 보느라 원인 분석마저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 문제는 빙하의 붕괴로 생존을 위협받는 먼 나라 북극곰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가 2008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40년부터 2004년까지 전 세계에 보고된 감염병 335건을 분석한 결과 60.3%가 동물에서 유래된 인수(人獸) 공통 감염병임을 밝혀냈다. 이중 71.8%는 야생동물에서 유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도 박쥐에서 옮겨온 것이니 인수 공통 감염병이다. 야생동물에서 바이러스가 옮겨진 것은 도시화 확대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후변화 현상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면서 심각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기후 자본(Climate Capital)’섹션을 신설한 것은 독자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 눈높이를 맞췄다. 지난해 8월 글로벌 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극히(extremely)’ 또는 ‘매우(very)’ 중요하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언론사들도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최근 발행된 기자협회보(3월 9일 자) ‘기후변화 기사에 독자들이 반응하고 있다’는 보도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하면서 한국 언론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미국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 한국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전기차 시장의 급증 등 언론이 다루는 기후변화 분야도 환경에서 정책, 산업, 테크 등으로 외연이 확대됐다.
한겨레신문은 지난해 4월 국내 종합일간지로는 처음으로 기후변화 팀을 결성하여 주목받았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12월 기후대응팀을 신설해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KBS 재난방송센터 취재팀도 기존 기상전문기자 3명에서 기자 2명을 추가로 보강해 지난해부터 기후 위기 기획 보도를 꾸준히 선보인다. ‘환경스페셜’도 8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다.
경향신문의 ‘기후변화의 증인들’, 헤럴드경제의 ‘라스트 포레스트’는 전국 곳곳의 기후변화 피해 현장을 찾아가 독자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환기한 기획으로 눈길을 끈다.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의제 설정의 확대와 정책이 ‘쇼잉’으로 끝나지 않도록 감시기능 역할도 강화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