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피니언

오피니언

[정운 스님] 내가 잘 났으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잘난 법

[정운 스님] 내가 잘 났으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잘난 법

by 정운 스님 2021.03.30

수년 전에 우연히 한 사진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필자도 불교 역사와 관련된 책을 출판하면서 사진을 첨가하는지라 사진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였다. 마침 그 무렵, 사진작가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사시사철 산山을 주제로 찍었다. 작가는 지리산만 20년 가까이 사진을 찍었는데, 보유한 사진이 4만 장이 넘는다고 하였다. 강산이 두 번 변하도록 오롯이 한 가지만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의를 표했다. 그런데 그 작가는 전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직도 자신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필자 눈에도 그분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 정도면 자랑할 만도 하고, 혹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섭섭하게 생각할 터인데…. 이 분의 겸손이 근자에 떠올랐다.
석가모니 부처님에게 훌륭한 제자가 열 분[10대 제자] 있다. 이 제자 가운데 강론이나 법을 잘 설한다는 ‘설법제일’ 부루나[Pūṇṇa, 富樓那] 존자가 있다. 그는 카필라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 태생으로 바라문 종족이다. 부루나의 부친이 카필라성 정반왕의 국사였으며, 당시 상당한 재력가 집안의 아들이었다. 이 부루나 존자는 당시 베다[Véda, 고대 인도의 종교 지식과 제례 규정을 담고 있는 문헌]에 정통했고 모든 학문에 박식했다.
가문도 좋고, 실력도 뛰어나며, 위의도 좋아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이런 그에게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집안 배경과 뛰어난 실력만을 믿고,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처럼 굴면서 아만심이 심각했다. 게다가 성격이 매우 난폭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석가모니 부처님을 만났다. 부처님께서 안타까워하며 그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는 ‘무엇이든지 다 안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진실로 다 아는 사람은 태양이 세상을 밝히는 것과 같다. 조금 아는 것을 갖고, 교만심으로 사람들을 업신여겨서는 안된다.”
부루나 존자는 부처님 말씀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제자가 되었다. 이후 그는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며, 매우 겸손했다고 한다. 겸손은 종교인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본다. 똑똑하기 이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진실하다면, 언젠가는 그대를 알아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행실이 말만큼 쉬운가?!
매체를 통해 아파트 경비원들의 애로가 종종 뉴스화된다. 몇 달 전 어떤 경비원이 한 주민으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하고 폭언을 듣고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어떤 말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안타깝다. 고인은 그의 가족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집안의 가장이 아니던가. 유가족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 가장이 누군가로부터 무시당하고, 갑질을 당해 억울하게 죽었다는 사실에 유족들은 얼마나 힘들어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