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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최악의 봄 황사

[이규섭 시인님] 최악의 봄 황사

by 이규섭 시인님 2021.04.02

자식이 나막신 장수와 우산 장수도 아닌데 날씨를 체크하는 게 일과가 됐다. 예전엔 바람과 구름, 일출과 일몰, 찌뿌듯한 몸 상태로 날씨를 예측했다. 요즘 날씨 정보는 다양하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자외선 지수를 수시로 알려준다. 도심 전광판은 물론 근린공원에 나가도 날씨 정보를 시시각각 자동으로 보여준다.
시간대별 온도 체크는 입을 옷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된다. 아침엔 쌀쌀했다가 낮에는 수은주가 치솟는 환절기엔 아무래도 의상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강수 확률, 습도 지수, 바람의 풍향도 날씨 측정의 보탬이 된다. 한 주간의 예보는 일정의 참고 자료다. 급한 일이 아니면 궂은 날을 피할 수 있다. 위성영상은 한반도 상공의 기상도까지 살필 수 있으니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체감온도, 자외선 지수, 대기 확산 지수, 식중독 지수 등 생활기상지수도 생활에 참고가 된다. 식중독 지수가 나쁜 날엔 어패류를 먹지 않는다. 자외선 지수가 높으면 선크림을 바르게 된다. 일출과 일몰 시간은 밤낮의 길이를 알 수 있고 아침 운동 나가는 시간을 조절한다.
길을 나설 때 하늘이 뿌옇게 변해 있으면 황사인지,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복합적 요인인지 헷갈린다. 황사는 몽골과 중국 사막지대에서 발생한 흙먼지다. 미세먼지는 공장이나 자동차 배출가스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이다. 황사도 작은 입자라는 점에서는 미세먼지다.
4월에 많이 덮치는 황사의 발생 원인은 자연이고,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은 사람이라는 차이다. 황사는 흙먼지가 주요 성분이지만 철분,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독성이 포함돼 있다. 미세먼지는 대기오염 물질 등 유해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황산가스, 질소, 오존, 납, 일산화탄소, 가정의 조리과정에서도 발생한다.
‘중국산’ 미세먼지는 강철보다 단단하여 산업용 기계를 마모시킬 정도로 강도가 세다. 그런 미세먼지를 들이마시면 폐포가 남아나질 않는다.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로 인해 매년 700만 명이 조기 사망한다며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가 폐 세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더 많이 만들게 하므로 코로나 감염률을 높인다는 연구도 나왔다.
그린피스는 2019년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8년 중국 설 연휴에 한반도를 뒤덮은 ‘나쁨’ 수준의 초미세먼지를 분석한 결과 중국에서 터뜨린 설맞이 폭죽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한반도 미세먼지의 주범이 중국임을 처음으로 입증한 것이다.
지난달 29일엔 11년 만의 최악 중국 발 봄 황사가 한반도를 공습했다. 스모그와 겹쳐 시야가 흐리고 목이 칼칼했다. 중국은 황사가 네이멍구(內蒙古)와 고비사막 부근에서 발원한다는 우리 기상청과는 달리 황사의 발원지가 몽골이라 주장하며 네이멍구는 언급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당장은 막을 방법은 없다. 중국 발 황사의 폐해를 입증하고 중국에 적극적인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속수무책으로 시달릴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