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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대표님] 세렌디피티를 위하여

[김재은 대표님] 세렌디피티를 위하여

by 김재은 대표님 2021.05.11

영국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상처를 감염시키는 포도상 구균이라는 세균을 배양하고 있었다. 하루는 실수로 배양균이 푸른 곰팡이에 오염된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곰팡이 주변에 포도상 구균이 죽어 있는 것을 본 그는 푸른 곰팡이가 세균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것을 알았다.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발명 이야기이다. 우연한 발견이 위대한 쾌거로 이어진 것이다. 늘 뻔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무료함이 이어지고 타성에 젖어버리는 게 인생살이이다. 그러나 우리가 소중한 인생을 그렇게 보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타성을 탈출하는 뭔가를 해보는 일이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인류의 위대한 변화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그 중심에 있는 말이 바로 세렌디피티이다. 거의 10여 년이 다 되어간다. 우연히 어느 호텔 로비에서 친구 소개로 만난 사람이 있었다. 명함을 보니 회사 이름이 세렌디피티이다.
무슨 뜻인가 물었더니 한 번 찾아보라고 하면서 웃었다. 도대체 뭘까 하면서 찾아보았더니 ‘뜻밖의 행운 또는 예기치 않았던 즐거움’ 뭐 그런 뜻이었다.
사실 세렌디피티의 뿌리는 위의 페니실린처럼 주로 과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벨상을 창설한 알프레드 노벨의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그는 불안정한 액체 폭탄을 안정화하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이던 중, 어느 날 나이트로글리세린을 보관하는 용기에 구멍이 생겨 그곳에서 새어 나온 그것이 굳은 것을 발견했다.
용기 주위에 있던 규조토가 바로 안정제 역할을 했던 것이다. 다이너마이트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이외에도 나일론, 전자레인지, 비아그라 등 세렌디피티적 발명 등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세렌디피티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영국의 정치인이자 작가인 호레이스 월폴로 알려져 있다. 1754년 그는 친구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세렌디프의 세 왕자(The Three Princes of Serendip)’ 비유를 들었는데, ‘우연성과 재치를 통해 미처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모습’의 의미로 세렌디피티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인간의 역사는 물론 개인적 삶은 우연의 연속과 그 우연 간의 필연적인 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게 허다하다.
그런데 그 우연이라는 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앉아 있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작은 무엇인가라도 할 때 일어나는 ‘엄청난 결과’라는 것이다. 귀차니즘에 미루거나 방콕(방에 콕 박혀있는)적 삶에서는 어림없는 일인 것이다.
십수 년 전 우연히 시작한 편지가 지금까지 이어지며 필자가 행복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삶을 만들어 낸 것도 세렌디피티의 살아있는 증거이다. 비가 옴에도 누군가를 만나러 가거나, 조금 피곤해도 책을 펼쳐 읽거나, 기꺼이 친구에게 내가 먼저 안부 전화를 할 때 ‘뜻밖의 행운, 생각하지 못했던 즐거움’이 찾아온다.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 같지만 무시해버리는 삶의 비밀이다.
삶이 무료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때는 뭔가를 해보시라. 엄청난 행운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분전환’이라는 세렌디피티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신록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 지금 바로 문을 열고 저 숲속으로 걸어갈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신발 끈을 매는 당신의 탁월한 선택에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