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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8월, 서운암

[김민정 박사님] 8월, 서운암

by 김민정 박사님 2021.06.07

소나기가 다녀가셨나/ 가부좌 튼 장경각
댓돌 위 흰 고무신/ 하늘 바라 좌정하고
기왓골 젖은 눈망울/ 설법처럼 반짝인다

허공에 씨 뿌리셨나*/ 화두 되어 싹이 트면
등짐 진 어깨 위로/ 내리치는 죽비소리
가슴에 고인 낙숫물/ 수련 하나 품는다

*성파스님 기림돌에 새겨진 문구
- 김동관, 「8월, 서운암」 전문

이 작품은 8월의 통도사 서운암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16만의 도자장경이 보관된 장경각의 모습을 첫째 수에서는 말하고 있다. ‘댓돌 위 흰 고무신 하늘 바라 좌정하고’란 표현에서 정갈하게 놓인 어느 스님의 고무신조차 경건한, 장경각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운암 토굴에서 기거하시며 여러 창의적인 작업을 하시는 성파스님을 생각하며 쓴 작품이 둘째 수이다.
시조를 창작하시기도 하는 성파스님의 시비를 세우려는 사람들에게 시비를 세우지 못하게 하여 그를 기리는 몇 개의 기림돌에 짧게 새겨진 문구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를 인용하고 있다. ‘등짐 진 어깨 위로/ 내리치는 죽비소리’ 어떤 깨달음을 얻고 있다. 화자는 그 깨달음으로 ‘수련 하나 품는다’며, 마음의 꽃을 피울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2018년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양산 통도사에 가면 볼거리가 참 많다. 통도사 진입로인 무풍한솔로 1Km를 지나다 보면 멋있는 소나무, 하마비, 군수공덕비, 부도원, 계곡의 바위 모습 등이 인상적이다.
통도사는 낙동강과 동해를 끼고 높이 치솟은 해발 1,081m의 영축산 남쪽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선덕여왕 15년(646)에 창건된 천년 고찰로서 자장 율사가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사리와 가사 및 경책을 금강 계단을 쌓은 뒤 봉안하고 사명을 통도사라 했다.
이는 승려가 되려는 사람은 모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 계단에서 계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와 모든 진리를 회통하여 중생을 제도한다는 큰 뜻을 지니고 있다. 통도사는 삼보사찰 중 불보사찰인데,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금강 계단에 봉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웅전에 따로 불상을 모시고 않고 있다.
통도사에는 역대 우리나라 불교 신앙을 상징하는 전각들이 빠짐없이 자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건물의 독특한 형식과 건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절묘한 공간구성은 한국 전통사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통도사 주위에는 서운암을 비롯하여 백운암, 비로암, 자장암 등 19개의 암자가 자리 잡고 있다.
통도사 암자 중 하나인 서운암에는 16만 도자대장경을 비치해 놓은 장경각을 볼 수 있다. 이름 그대로 도자로 구워 만든 것이며, 대단한 공력을 들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올해로 11회를 맞은 전국 꽃축제 273편의 시화작품이 두 달간 이곳에서 전시되는데 16,500㎡의 금낭화꽃과 어울려 아름다웠으며 현재도 전시 중이다.
통도사 방장스님인 성파스님은 전국 꽃축제 개막일인 2021년 4월 24일,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옻칠과 자개로 재현한 작품을 장경각 마당에서 수중 전시회를 열어 많은 취재진과 축하객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서운암 된장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는 가지런히 진열된 장독대 모습을 볼 수 있고 이 모습 또한 서운암의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