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박사님] 물의 화엄
[김민정 박사님] 물의 화엄
by 김민정 박사님 2021.06.21
한바탕 소용돌이 휩쓸고 간 모래톱에
깨진 병조각이 시퍼렇게 꽂혀 있다
누구든 스치기만 해도 살을 쓰윽 벨 기세로
파도는 너른 품으로 보듬었다간 돌아서고
눈물을 삼키면서 보듬었다간 돌아서고
제 혀를 자꾸 베이며 끌어안고 핥아준다
그렇게 숱한 날들이 지나고 또 지난 후에
너울도 닳아져서 지쳐 그만 잦아든 후에
그제야 날[刃]을 다 버리고 둥글게 내주는 몸
-김영주 「물의 화엄」 전문
「물의 화엄」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도교에서 최고의 선善은 물처럼 흐르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도 그런 사상을 엿볼 수 있다. ‘한바탕 소용돌이 휩쓸고 간 모래톱에/ 깨진 병조각이 시퍼렇게 꽂혀 있다/ 누구든 스치기만 해도 살을 쓰윽 벨 기세로’ 인간이 즐기고 난 후의 자리에는 언제나 쓰레기, 깨진 병조각들이 있다. 자신이 놀고 간 자리에서 이런 것들을 깨끗이 치우고 간다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 친환경을 위해서 만든 것들도 몇 십 년 후에는 골칫거리 쓰레기로 우리에게 남겨질 것들이 많아 그것을 아는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결국엔 우리 자신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인데도 말이다. 조금 더 긴 시각과 안목이 필요한데, 당장 눈앞의 문제만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하다 보니 문제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자연환경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인간의 마음에도 나보다 남이 잘 되는 것을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의 속담이 우연히 생긴 건 아닐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이 잘 되면 날을 세우고 배 아파하며, 험담하고 끌어내리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적은 늘 가까이 있다고 했던가? 오히려 멀리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질투하지는 않는다.
그런 날카로운 것들을 ‘파도는 너른 품으로 보듬었다간 돌아서고/ 눈물을 삼키면서 보듬었다간 돌아서고/ 제 혀를 자꾸 베이며 끌어안고 핥아준다’고 한다. 물의 속성은 그런 것이다. 날카로운 날[刃]들을, 상처들을 자꾸자꾸 핥아주는 파도…. 파도도 성을 내면 무섭지만, 그 파도의 고마움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인식한다. 수많은 거친 돌들도 몽돌로 만들고 마는 파도의 힘, 물의 힘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침내 셋째 수에 오면 상처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숱한 날들이 지나고 또 지난 후에/ 너울도 닳아져서 지쳐 그만 잦아든 후에/ 그제야 날[刃]을 다 버리고 둥글게 내주는 몸’이라고 한다. 날과 상처를 보듬고 보듬어, 또 인내가 쌓이고 쌓여 드디어 깨달음을 얻는 경지가 되면 몸도 마음도 둥글어 지리라. 파도처럼, 바다처럼 말이다.
비로소 ‘물의 화엄’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잘 짜여진 한 편의 시조를 읽으며, ‘물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 하나 마음속에 품어 본다. “산은 하늘을 우러러 스스로 높아지고, 바다는 물을 받아들여 스스로 깊어진다.”는 말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새기며 유월을 건넌다.
깨진 병조각이 시퍼렇게 꽂혀 있다
누구든 스치기만 해도 살을 쓰윽 벨 기세로
파도는 너른 품으로 보듬었다간 돌아서고
눈물을 삼키면서 보듬었다간 돌아서고
제 혀를 자꾸 베이며 끌어안고 핥아준다
그렇게 숱한 날들이 지나고 또 지난 후에
너울도 닳아져서 지쳐 그만 잦아든 후에
그제야 날[刃]을 다 버리고 둥글게 내주는 몸
-김영주 「물의 화엄」 전문
「물의 화엄」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도교에서 최고의 선善은 물처럼 흐르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도 그런 사상을 엿볼 수 있다. ‘한바탕 소용돌이 휩쓸고 간 모래톱에/ 깨진 병조각이 시퍼렇게 꽂혀 있다/ 누구든 스치기만 해도 살을 쓰윽 벨 기세로’ 인간이 즐기고 난 후의 자리에는 언제나 쓰레기, 깨진 병조각들이 있다. 자신이 놀고 간 자리에서 이런 것들을 깨끗이 치우고 간다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 친환경을 위해서 만든 것들도 몇 십 년 후에는 골칫거리 쓰레기로 우리에게 남겨질 것들이 많아 그것을 아는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결국엔 우리 자신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인데도 말이다. 조금 더 긴 시각과 안목이 필요한데, 당장 눈앞의 문제만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하다 보니 문제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자연환경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인간의 마음에도 나보다 남이 잘 되는 것을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의 속담이 우연히 생긴 건 아닐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이 잘 되면 날을 세우고 배 아파하며, 험담하고 끌어내리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적은 늘 가까이 있다고 했던가? 오히려 멀리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질투하지는 않는다.
그런 날카로운 것들을 ‘파도는 너른 품으로 보듬었다간 돌아서고/ 눈물을 삼키면서 보듬었다간 돌아서고/ 제 혀를 자꾸 베이며 끌어안고 핥아준다’고 한다. 물의 속성은 그런 것이다. 날카로운 날[刃]들을, 상처들을 자꾸자꾸 핥아주는 파도…. 파도도 성을 내면 무섭지만, 그 파도의 고마움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인식한다. 수많은 거친 돌들도 몽돌로 만들고 마는 파도의 힘, 물의 힘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침내 셋째 수에 오면 상처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숱한 날들이 지나고 또 지난 후에/ 너울도 닳아져서 지쳐 그만 잦아든 후에/ 그제야 날[刃]을 다 버리고 둥글게 내주는 몸’이라고 한다. 날과 상처를 보듬고 보듬어, 또 인내가 쌓이고 쌓여 드디어 깨달음을 얻는 경지가 되면 몸도 마음도 둥글어 지리라. 파도처럼, 바다처럼 말이다.
비로소 ‘물의 화엄’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잘 짜여진 한 편의 시조를 읽으며, ‘물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 하나 마음속에 품어 본다. “산은 하늘을 우러러 스스로 높아지고, 바다는 물을 받아들여 스스로 깊어진다.”는 말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새기며 유월을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