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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능소화 연정

[김민정 박사님] 능소화 연정

by 김민정 박사님 2021.07.05

고이고 넘친 노을 주체 못 할 하늘은
벌려놓은 한 판 마당 변죽만 울리고선
어스름 달빛 뽑아서 감아올린 꿈 하나

은밀한 농담쯤 구름 속에 흘려놓고
찐득한 치잣빛 사연 한달음에 그려놓고
해거름 잽싼 몸놀림 거침없는 월담이다
- 이익주, 「능소화 연정」 전문

능소화가 아름답게 피는 계절이다. 한강변 팔팔대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 구간에선가 아름다운 능소화가 나타난다. ‘고이고 넘친 노을 주체 못 할 하늘은’이고 한다. 노을빛처럼 고운 능소화의 빛깔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은밀한 농담쯤 구름 속에 흘려놓고/ 찐득한 치잣빛 사연 한달음에 그려놓고/ 해거름 잽싼 몸놀림 거침없는 월담이다’고 한 시조의 내용처럼 능소화의 월담을 생각하며 그 높은 팔팔대로 도로변 담벼락에 늘어진 능소화가 주황빛으로 아름답게 피어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더구나 비라도 맞은 꽃의 모습은 더욱 청초하고 아름다워 달리는 차를 멈추고 사진 한 컷 찍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차를 멈출 수는 없어 순간적인 스케치로 눈에, 마음에 담아만 오는 요즘이다.
능소화(凌霄花)는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일명 금등화(金藤花)라고도 하며 원산지는 중국이다. 덩굴이 10미터 이상 감고 올라가 하늘을 온통 덮은 것처럼 보인다. 능소화에 딸린 꽃말은 명예이다. 병충해와 비바람에는 강해도 사람 손을 타면 꽃받침째 떨어져 버리고 마는 도도한 성격이 있다고 한다. 능소화는 일명 어사화라고도 하였는데 문과에 장원급제한 사람이 귀향길에 오를 때 말을 타고 머리의 관에 꽂던 꽃이었기에 선비의 상징이기도 했다. 또 능소화는 양반집에서만 키울 수 있었다 하여 양반 꽃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가지에 흡착근이 있어 벽에 붙어서 올라가며 꽃은 6월 말~8월 말경에 피고, 가지 끝에 5~15개가 달린다. 꽃의 지름은 6~8cm이다. 꽃받침은 길이가 3cm이고 5개로 갈라지며, 갈라진 조각은 바소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다. 화관은 깔때기와 비슷한 종 모양이다. 수술은 4개 중 2개가 길고, 암술은 1개라고 한다.
능소화에는 독성이 있어 손으로 꽃을 따고 눈을 비비면 눈이 먼다는 속설이 있다. 이 꽃의 꽃가루에 독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꽃가루의 미세 구조가 갈퀴와 낚싯바늘을 합쳐 놓은 듯한 형태를 하고 있어서 일단 피부에 닿으면 잘 떨어지지 않고 염증을 일으키기 쉬운데, 특히 눈은 점액이 있고 습기가 있어서 일단 부착이 되게 되면 비비는 행동에 의해 유발하고, 심지어는 백내장 등 합병증에 이르기도 한다.
또한 꽃가루 못지않게 주의해야 할 점이 능소화에는 또 하나 있다고 한다. 이 꽃의 향기를 자꾸 맡게 되면 뇌의 신경세포가 파괴되어 버린다는 학설도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편 최근 산림청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능소화과 식물 중에는 화밀에 페놀 수지, 이리도이드 배당체 등의 독성 성분이 소량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피부 접촉 시 알레르기 또는 피부 염증을 유발하거나 몸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심어 사용하기에 크게 무리가 없다고 한다.
꽃 색깔도 꽃 모양도 예쁜 능소화, 우리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꽃이다. 요즈음 한창 아름다움을 뽐내는 능소화, 조금은 조심하면서 감상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