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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수신료 납부 공정해야

[이규섭 시인님] 수신료 납부 공정해야

by 이규섭 시인님 2021.07.09

TV 시청 시간이 많은 편은 아니다. 공영방송의 뉴스와 보도프로는 80년대 ‘땡전뉴스’이후 외면하는 경향이다. 요즘 자주 보는 프로는 KBS1의 ‘인간극장’과 EBS의 ‘세계테마기행’이다. 인간극장은 우리 이웃들의 잔잔한 삶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고, 아침 식사 시간대와 비슷하여 채널을 고정시키게 된다.
뉴스는 주로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다. 저녁시간대에 즐겨 보는 프로는 세계테마기행으로 안방에 앉아 세계의 풍광을 보는 창이다. 수신료는 한 달에 2500원씩 꼬박꼬박 낸다. 전기료와 묶어 원천징수하니 안 낼 도리가 없다. 집에 컴퓨터만 있고 TV가 없는 젊은 층들의 TV 수신료 해지가 부럽기도 하다.
KBS 이사회가 최근 수신료 인상을 결의했다. 한 달 2500원서 3800원으로 52% 올렸다. 확정되려면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1981년 이후 40년째 제자리걸음이니 올릴 때도 됐다. 인상 시도가 번번이 무산된 이유는 공영방송의 편향성과 뼈를 깎는 자구책 마련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KBS의 1억 이상 연봉자는 46.4%로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이 가운데 무보직이 1500명 선이라니 방만 경영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6월 기준 KBS 홈페이지에 명시된 직원 수가 4480명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직원들이 무보직으로 1억 원 이상 연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월급이 오르는 임금체계 구조를 고수한 탓이다. 상업광고를 하는 KBS2TV가 이달부터는 중간광고까지 하는 특혜를 누리면서 수신료 인상을 결의한 것은 염치가 없다. 시청자의 불만은 안중에도 없다.
국민 대다수는 TV 수상기가 아니라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에 돈 주고 가입하여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KBS는 그런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자사 콘텐츠를 팔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KBS에 수신료를 내면서 동시에 케이블TV에 가입해 비용을 납부함으로써 사실상 이중으로 수신료를 낸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의결하며 내놓은 자구책은 현재 3%인 EBS 몫의 수신료를 5%로 올리고 광고 비중을 22%에서 13%로 낮춘다는 내용이다. “방송의 공적 책무를 강화하여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은 공허하게 들린다.
국민이 부담하는 수신료는 내역과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도리다. KBS는 수신료 수입이 정확하게 얼마이고 어떻게 쓰이는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광고 수입과 수신료 수입 등을 묶어 공개하여 구분이 어렵다.
수신료 인상에 앞서 수신료와 전기료 분리징수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KBS의 뉴스 보도와 제작 콘텐츠에 만족하고 인정하는 시청자는 수신료를 납부하고, 원치 않는 사람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어야 형평성에 맞다. 국회에 ‘방송법 일부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수신료를 전기료와 병합해 징수하는 기존 절차를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시청자가 수신료 납부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게 된다. 그래야 공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