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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예전에 그것을 알았더라면…

[정운 스님] 예전에 그것을 알았더라면…

by 정운 스님 2021.08.24

컴퓨터와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 등이 날로 발전한다. 이런 일에 문외한이라 조언을 구하고자 조카[남동생 아들]에게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카는 20대 중반으로 대학을 휴학하고, 다른 일을 도모하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출가 이래 형제들과 왕래가 거의 없는데, 이 조카는 살갑게 굴며 종종 나를 찾아왔다. 조카와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고,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런 중에 조카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지금 인생을 헛되이 보내면 안 된다. 근자의 사람들은 30대ㆍ40대에 노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너는 형제도 없는 데다 부모도 책임져야 하는데, 쓰잘 데 없는 일 하지 말고 공부에 전념하라. 등등’ 내 말이 끝나자마자, 조카는 편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잔소리를 많이 듣는데, 스님까지 그런다며….”
나도 모르게 역정 내는 조카에게 호통을 쳤다. ‘어른이 하는 말에는 다 인생 경험에서 하는 말이고,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지 어찌 잔소리라고 받아들이냐?!’...... 인생에 정답은 없다. 어떤 길이 옳은 길이고, 어떤 길이 성공한 삶이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대학에서 젊은 학생들을 많이 만나는데, 가능한 좋은 말을 해주려고 한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네 주관대로 인생을 살아가며, 힘들어도 견디는 세상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조카에게는 세상 사람들이 정해놓은 성공이라는 정답에 포커스를 두고, 잔소리를 했던 것이다. 필자의 생각과 말이 일치가 되지 않음을 새삼 느꼈다.
절집은 승려들의 규율과 생활이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 출가하면 불가의 한 사람으로서 완전히 환골탈퇴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살고자 한다면, 사찰에서 나가야 하는 법이다. 필자도 출가해 젊은 시절, 어른 스님이나 선배들의 충고를 많이 들었다. 또한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강사를 하면서도 지도교수님이나 선배에게 종종 충고를 듣곤 했다. 충고를 들을 때는 잔소리라고 생각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나이를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선배와 어른 스님들께서 하신 말씀이 잔소리가 아니라 삶의 진리였다. 관심이 있으니까 야단치고, 삶의 무게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그런 잔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에서 행복한 위치에 있는 거다. 예전 그 시절, 어른들의 진의眞意를 알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었을 테인데…. 이제야 철이 드는 셈이다.
<법구경>에 이런 내용이 있다.
옳고 그릇됨을 자세히 살피며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안다면 이 사람은 근심ㆍ걱정 없이 편안히 살아간다. 이런 길을 알려주고 충고해 주는 벗을 만났다면, 그를 선지식으로 섬겨라. 이 선지식을 따르면, 복덕이 있을 뿐 손해는 없을 것이다. - 「현자품」76
불교에서 선지식이라는 말은 멘토라는 뜻이다. 나이와 지위고하를 떠나서 누군가 자신에게 충고를 해주면 행복한 일이다. 경전 말씀대로 이익이 있지, 손해는 절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