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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 굵은 눈물처럼 떨어진 구슬 하나

[한희철 목사] 굵은 눈물처럼 떨어진 구슬 하나

by 한희철 목사님 2021.10.06

걷고 있는 길 때문일까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일이 제게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특히 드라마를 보려면 일정한 시간을 비워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해진 일과도 있거니와 생각하지 못한 일들도 이어지니까요.
그런 중에도 최근 챙겨 본 드라마가 있습니다. 곳곳에서 그 드라마가 인용되고 있었는데, 주제와 의미가 궁금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영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징어 게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드라마를 세계인들이 주목하여 시청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무엇이 많은 나라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산 것일까,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어떤 것일까, 궁금증과 기대가 컸습니다.
상황 설정이 뜻밖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는 세상과 우리 삶의 실상을 적절하게 담아냈다 싶습니다. 생뚱맞은 과장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현실에 가까웠습니다. 아직 드라마를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은 삼가는 것이 도리라 여겨집니다.
드라마를 보다가 뜨거운 눈물을 쏟은 장면이 있습니다. 게임에서 지면 그 자리에서 죽는, 죽는 만큼의 상금을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가 독차지하는 섬뜩한 게임이 이어지던 중,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벌이는 게임이 시작됩니다. 둘이서 한 조가 될지, 아니면 둘이서 대결을 해야 할지를 아직 모르는 상황입니다.
드라마에는 두 젊은 여자가 있습니다. 게임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그런 것처럼 두 사람에게도 기가 막힌 사연이 있습니다. 마지막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들이었지요. 극중 지영은 자신을 성폭행한 아버지를 죽였고, 새벽은 북에서 내려온 새터민으로 그의 동생은 보육원에 맡겨진 상태입니다.
짝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 새벽이 지영에게 나랑 하자고 말합니다. 지영이 이유를 묻자 자신은 무조건 이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지요. 지영은 그 말을 선뜻 받아들입니다. 자기가 무슨 수를 써서든 무조건 이기게 해 주겠다며 말이지요. 둘이 서로를 받아들였던 것은 자신들을 받아줄 사람이 두 사람밖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게임의 내용이 정해졌는데, 둘이서 구슬치기를 하여 구슬을 모두 따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정해진 시간이 흘러가는데도 둘은 구슬치기를 하는 대신 여태 하지 못했던 말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거반 시간이 끝나갈 무렵 둘이 정한 규정은 구슬 하나를 벽 가까운 곳에 던진 사람에게 구슬을 몰아주자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구슬을 던진 이는 새벽이었습니다. 다음은 지영 차례, 지영이 보인 선택이 눈물겨웠습니다. 동생을 위해서라도 꼭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새벽을 위해 지영은 자신이 들고 있던 구슬 하나를 뚝 자기 앞에 떨어뜨립니다. 자기랑 놀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지영은 죽고 맙니다. 지영이 자신의 죽음을 통해 살려내려고 했던 이가 새터민이었다는 사실에 가슴은 더 미어졌습니다. 지영이 툭 던진 구슬 하나는 굵은 눈물처럼 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