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섭 시인님] 말벗 계산대
[이규섭 시인님] 말벗 계산대
by 이규섭 시인님 2021.11.19
마음이 훈훈해지는 외신 한 건을 공유한다. 지난 주말 J일보 1면에 실린 기사다. 네덜란드 대형 슈퍼마켓 체인 ‘점보(jumbo)’의 독특한 계산대가 고령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네덜란드어로 ‘잡담 계산대(Klets Kassa)’란 팻말이 걸린 이곳엔 계산원이 물건 계산은 뒷전이고 손님과 수다를 떠느라 바쁘다. 여기에 줄 선 손님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고령자들이다.
“허리가 아프시다더니 이제 괜찮으시냐?”
“암스테르담에 간 따님은 잘 사느냐”
어지간히 친한 사람이 아니면 알지 못하는 안부를 자연스럽게 묻는다. 계산대 앞에는 ‘바쁘신 분은 옆 계산대로 가세요’라는 안내문도 걸렸다고 한다. ‘잡담 계산대’의 목적은 독거노인 등 고독한 사람들의 말벗이 되어주기 위해 2019년 7월 보라반트주(州)의 소도시 블라이멘에 처음 등장했다. 2년여간의 시범 운영 후 내부적으로 상당히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10월부터 네덜란드 전국 200여 매장에 확대 실시 중이라고 네덜란드 RTA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계산원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고작 2∼3분에 불과하다. 짧은 대화도 사회로부터 고립돼 외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겐 큰 위안이 된다. 점보 슈퍼마켓은 “계산원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일부러 하루 3∼4회씩 슈퍼마켓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니 외로운 노인에게 위안의 대화가 필요한 것은 동서양이 다를 바 없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노인들의 건강 악화나 가정 내 다양한 문제, 심지어 극단적 선택 상황에 몰린 경우도 발견해 지역 병원이나 사회복지센터와 연결하여 해결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이 코너엔 인생 경험이 많거나 눈치가 빠른 직원이 배치된다. 손님들이 같은 직원을 계속 만나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개인사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추가 비용은 회사가 사회 공헌 차원에서 감수한다. 네덜란드 보건복지부도 이런 순기능을 눈여겨보고 협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초 고령화, 낮은 출산율, 인터넷의 발달로 고립된 사람들이 급증하는 와중에 그나마 사람과 마주할 때가 장을 보러 나갈 때라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갈수록 외로운 노인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2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홀로 사는 노인이 지난해 기준 166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고령자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35.1%다. 통계청은 혼자 사는 노인가구가 2037년에는 2배 수준인 335만 가구, 2047년엔 405만 가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나라 독거노인의 말 상대는 대부분 요양보호사들이 한다. 생활 상담이나 외출동행도 해주지만 보편화된 현상은 아니다. 서울의 한 지자체는 ‘말벗 활동단’을 꾸려 허약 노인 안부를 확인하고 말벗이 되어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혼자 사는 어르신과 살면서 매일 일정한 시간이 되면 복약 시간을 알려주고 최신 트로트를 재생해 주는 ‘돌봄 로봇’이 등장했지만 혜택은 극소수다. 우리도 네덜란드의 말벗 계산대 도입을 검토해 볼 만하다.
“허리가 아프시다더니 이제 괜찮으시냐?”
“암스테르담에 간 따님은 잘 사느냐”
어지간히 친한 사람이 아니면 알지 못하는 안부를 자연스럽게 묻는다. 계산대 앞에는 ‘바쁘신 분은 옆 계산대로 가세요’라는 안내문도 걸렸다고 한다. ‘잡담 계산대’의 목적은 독거노인 등 고독한 사람들의 말벗이 되어주기 위해 2019년 7월 보라반트주(州)의 소도시 블라이멘에 처음 등장했다. 2년여간의 시범 운영 후 내부적으로 상당히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10월부터 네덜란드 전국 200여 매장에 확대 실시 중이라고 네덜란드 RTA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계산원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고작 2∼3분에 불과하다. 짧은 대화도 사회로부터 고립돼 외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겐 큰 위안이 된다. 점보 슈퍼마켓은 “계산원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일부러 하루 3∼4회씩 슈퍼마켓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니 외로운 노인에게 위안의 대화가 필요한 것은 동서양이 다를 바 없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노인들의 건강 악화나 가정 내 다양한 문제, 심지어 극단적 선택 상황에 몰린 경우도 발견해 지역 병원이나 사회복지센터와 연결하여 해결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이 코너엔 인생 경험이 많거나 눈치가 빠른 직원이 배치된다. 손님들이 같은 직원을 계속 만나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개인사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추가 비용은 회사가 사회 공헌 차원에서 감수한다. 네덜란드 보건복지부도 이런 순기능을 눈여겨보고 협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초 고령화, 낮은 출산율, 인터넷의 발달로 고립된 사람들이 급증하는 와중에 그나마 사람과 마주할 때가 장을 보러 나갈 때라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갈수록 외로운 노인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2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홀로 사는 노인이 지난해 기준 166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고령자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35.1%다. 통계청은 혼자 사는 노인가구가 2037년에는 2배 수준인 335만 가구, 2047년엔 405만 가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나라 독거노인의 말 상대는 대부분 요양보호사들이 한다. 생활 상담이나 외출동행도 해주지만 보편화된 현상은 아니다. 서울의 한 지자체는 ‘말벗 활동단’을 꾸려 허약 노인 안부를 확인하고 말벗이 되어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혼자 사는 어르신과 살면서 매일 일정한 시간이 되면 복약 시간을 알려주고 최신 트로트를 재생해 주는 ‘돌봄 로봇’이 등장했지만 혜택은 극소수다. 우리도 네덜란드의 말벗 계산대 도입을 검토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