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상 작가님] 오른손 중심에서 왼손 중심으로
[권영상 작가님] 오른손 중심에서 왼손 중심으로
by 권영상 작가님 2021.12.09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손이 아프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이 워드프로세서에 닿으면 감전된 것처럼 자릿거렸다. 하루의 대부분을 글 쓰는 일에 바치는 내게 있어 이 일은 나를 곤혹스럽게 했다. 특히 마우스를 움켜쥐는 오른손이 더 심했다.
인터넷을 뒤졌다.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침이라도 한 대 맞는 게 좋을 것 같아 한의원을 찾았다. 침도 맞고 약도 먹어야 한단다. 며칠 다녀봤지만 생각만큼 쉽게 낫지 않는다. 하긴 하루 이틀 만에 생겨난 증상이 아닐 테니 그럴 만도 했다.
그때 내 머리에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오른손이 아프니까 마우스를 왼손이 잡도록 컴퓨터 모니터 왼쪽으로 옮기자!
오른손잡이라는 이유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마우스를 오른쪽에 두고 일해 왔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마우스를 모니터 왼쪽으로 옮겼다. 이동 시간이라 해봐야 단 5초, 거리는 불과 50센티미터 정도. 이걸 옮기는데 30여 년이 걸렸다.
나는 그동안 책상 앞에 앉아 오른손 중심으로 일했다.
우리나라 방 구조부터 오른손잡이를 위한 구조이다 보니 자연 책상의 위치도 방문을 열면 왼쪽이다. 그러다 보니 책장은 책상 오른쪽에 배치했고, 책을 꺼내거나 꽂는 일은 자연히 오른손이 맡았다.
책상 서랍의 위치는 어떤가.
그 역시 오른손잡이가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책상의 오른쪽에 붙어 있다. 서랍 속에 든 수많은 물건들을 찾아내고 배열하는 일 또한 오른손 몫이 되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같은 일을 해도 오른손이 해야 할 일이 왼손에 비해 너무 많다. 오른손이 아프고 오른손에 손목터널증후군이 온 건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병원에 찾아가 계속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내 책상 위에 놓여있는 물건들부터 오른손 중심에서 왼손 중심으로 위치를 바꾸어 나가기로 했다.
마우스를 옮긴 다음에 바꾼 것이 메모장의 위치다. 손이 자주 가는 게 메모지고, 그때마다 동시에 찾는 게 연필꽂이 연필이다. 메모장과 연필꽂이를 왼쪽으로 옮겼다. 책상 오른쪽에 놓여있는 탁상시계도 과감하게 왼쪽으로 옮겼다. 탁상시계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겨놓는데 자그마치 40여 년이 걸렸다.
옮겨야 할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커피 잔이 있다. 오른손잡이라 당연히 커피 잔도 내 책상의 오른쪽에 놓았고, 마실 때마다 당연한 것처럼 오른손이 그 수고로움을 대신해왔다.
나는 일생 동안 오른손잡이라는 이유로 당연히 오른손 중심으로 생활했다.
이것저것 왼쪽으로 옮겨놓고 보니 낯설다.
오늘 이 일은 어쩌면 책상 위의 혁명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나는 오른손과 오른쪽 중심으로 일했고, 그러느라 편리함도 실컷 누렸을 테다. 하지만 오른손 손목터널증후군이 온 것처럼 내 몸의 다른 부분들도 오른쪽으로 몹시 기울어져 신음하고 있을지 모른다.
당분간은 왼손으로 마우스를 잡는 일이 어설플 테고, 또 왼쪽 중심 생활이 불편하기도 하겠다. 좀 늦기는 해도 오른손이 과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다. 이제는 오른손의 노고를 지켜보아온 왼손이 마땅히 그 일을 나누어 짊어져야 한다. 당분간 왼손이 좀 서툴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는 아량을 내가 발휘해야지 싶다. 이 일이 어찌 오른손과 왼손만의 문제일까. 그간 오른손의 노고가 생각할수록 너무 컸다.
인터넷을 뒤졌다.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침이라도 한 대 맞는 게 좋을 것 같아 한의원을 찾았다. 침도 맞고 약도 먹어야 한단다. 며칠 다녀봤지만 생각만큼 쉽게 낫지 않는다. 하긴 하루 이틀 만에 생겨난 증상이 아닐 테니 그럴 만도 했다.
그때 내 머리에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오른손이 아프니까 마우스를 왼손이 잡도록 컴퓨터 모니터 왼쪽으로 옮기자!
오른손잡이라는 이유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마우스를 오른쪽에 두고 일해 왔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마우스를 모니터 왼쪽으로 옮겼다. 이동 시간이라 해봐야 단 5초, 거리는 불과 50센티미터 정도. 이걸 옮기는데 30여 년이 걸렸다.
나는 그동안 책상 앞에 앉아 오른손 중심으로 일했다.
우리나라 방 구조부터 오른손잡이를 위한 구조이다 보니 자연 책상의 위치도 방문을 열면 왼쪽이다. 그러다 보니 책장은 책상 오른쪽에 배치했고, 책을 꺼내거나 꽂는 일은 자연히 오른손이 맡았다.
책상 서랍의 위치는 어떤가.
그 역시 오른손잡이가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책상의 오른쪽에 붙어 있다. 서랍 속에 든 수많은 물건들을 찾아내고 배열하는 일 또한 오른손 몫이 되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같은 일을 해도 오른손이 해야 할 일이 왼손에 비해 너무 많다. 오른손이 아프고 오른손에 손목터널증후군이 온 건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병원에 찾아가 계속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내 책상 위에 놓여있는 물건들부터 오른손 중심에서 왼손 중심으로 위치를 바꾸어 나가기로 했다.
마우스를 옮긴 다음에 바꾼 것이 메모장의 위치다. 손이 자주 가는 게 메모지고, 그때마다 동시에 찾는 게 연필꽂이 연필이다. 메모장과 연필꽂이를 왼쪽으로 옮겼다. 책상 오른쪽에 놓여있는 탁상시계도 과감하게 왼쪽으로 옮겼다. 탁상시계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겨놓는데 자그마치 40여 년이 걸렸다.
옮겨야 할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커피 잔이 있다. 오른손잡이라 당연히 커피 잔도 내 책상의 오른쪽에 놓았고, 마실 때마다 당연한 것처럼 오른손이 그 수고로움을 대신해왔다.
나는 일생 동안 오른손잡이라는 이유로 당연히 오른손 중심으로 생활했다.
이것저것 왼쪽으로 옮겨놓고 보니 낯설다.
오늘 이 일은 어쩌면 책상 위의 혁명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나는 오른손과 오른쪽 중심으로 일했고, 그러느라 편리함도 실컷 누렸을 테다. 하지만 오른손 손목터널증후군이 온 것처럼 내 몸의 다른 부분들도 오른쪽으로 몹시 기울어져 신음하고 있을지 모른다.
당분간은 왼손으로 마우스를 잡는 일이 어설플 테고, 또 왼쪽 중심 생활이 불편하기도 하겠다. 좀 늦기는 해도 오른손이 과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다. 이제는 오른손의 노고를 지켜보아온 왼손이 마땅히 그 일을 나누어 짊어져야 한다. 당분간 왼손이 좀 서툴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는 아량을 내가 발휘해야지 싶다. 이 일이 어찌 오른손과 왼손만의 문제일까. 그간 오른손의 노고가 생각할수록 너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