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 목사님] 출호이 반호이
[한희철 목사님] 출호이 반호이
by 한희철 목사님 2022.02.23
한 달에 한 번씩 부천을 다녀옵니다. 한 회사의 신우회에서 말씀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점심시간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데, 그 마음이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잠깐 예배를 드리고 점심은 그 자리에서 도시락으로 먹습니다.
도로 상황은 짐작할 수가 없는 법, 혹시라도 찾아가는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러워 대개는 조금 일찍 길을 나섭니다. 덕분에 시간이 남으면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멀지 않은, 김포 초입에 있는 <보름산미술관>이지요.
<보름산미술관>은 이름부터 정겹습니다. 미술관 저만치 있는 야트막한 언덕이 보름달을 닮았다 하여 마을 사람들이 ‘보름산’이라 부르는데, 그 이름을 미술관 이름으로 받아들인 것이니 흔쾌하기도 합니다. 호젓한 분위기의 미술관 2층에는 찻집이 있고, 찻집을 꾸려가는 내외의 표정과 마음은 찻집 분위기보다도 따뜻합니다.
한 달 만에 들른 어제는 찻집 주인 되는 이의 아버님을 뵈었습니다. 마침 서로 시간이 되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화가로 미술관을 직접 설계했고, 우리 문화의 소중함에 일찍부터 눈을 떠 주변에서 쉽게 사라지고 있던 망와(望瓦)를 모아 미술관 안에 상설전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표정의 망와를 보는 것은 언제라도 망외의 즐거움입니다.
그날 두 권의 책을 선물 받았는데, 그중의 한 권이 <명심보감>이었습니다. 明心寶鑑, ‘마음을 밝혀주는 보배로운 거울’이라는 뜻이지요. 동양의 여러 고전 중에서 마음에 새길 만한 구절들을 모아두었습니다. 가까이 두고 이따금 꺼내 읽는 책 중의 하나지만 새로운 번역과 편집, 새롭게 읽어야지 싶어 밑줄을 그으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대번 눈에 띄는 낯익은 구절이 있었습니다.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나니,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서 성글어도 새지는 않느니라.’ <도덕경>의 ‘천망회회 소이불실’이라는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하늘 그물이 허술해 보여도 빠뜨리는 것이 없다는 말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경각심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전해 받은 책에는 위의 구절을 설명하며 추목공과 맹자의 대화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노나라와의 충돌에 있어서 지휘관들이 서른세 명이나 죽었는데, 그 밑에 있는 백성들은 한 사람도 죽지 않았습니다. 상관이 죽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는 그들을 모조리 처벌하려니 수가 너무 많아 손을 댈 수 없고, 그냥 버려두면 앞으로도 윗사람 죽는 것을 미운 놈 바라보듯 하고 있을 터이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추목공이 물었을 때, 맹자가 대답을 하며 인용한 것이 증자의 말이었습니다. ‘출호이자 반호이자’(出乎爾者 反乎爾者)라는 말로, “네게서 나온 것이 네게로 돌아간다”는 뜻이었습니다.
흔히 ‘출호이 반호이’로 기억하고 있는 말입니다. 당장은 시절이 혼탁하여 선과 악을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지만,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는 하늘 그물이 있고, 모든 것은 그에게서 나와 그에게로 돌아가는 법, 더욱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 일이다 싶습니다.
도로 상황은 짐작할 수가 없는 법, 혹시라도 찾아가는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러워 대개는 조금 일찍 길을 나섭니다. 덕분에 시간이 남으면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멀지 않은, 김포 초입에 있는 <보름산미술관>이지요.
<보름산미술관>은 이름부터 정겹습니다. 미술관 저만치 있는 야트막한 언덕이 보름달을 닮았다 하여 마을 사람들이 ‘보름산’이라 부르는데, 그 이름을 미술관 이름으로 받아들인 것이니 흔쾌하기도 합니다. 호젓한 분위기의 미술관 2층에는 찻집이 있고, 찻집을 꾸려가는 내외의 표정과 마음은 찻집 분위기보다도 따뜻합니다.
한 달 만에 들른 어제는 찻집 주인 되는 이의 아버님을 뵈었습니다. 마침 서로 시간이 되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화가로 미술관을 직접 설계했고, 우리 문화의 소중함에 일찍부터 눈을 떠 주변에서 쉽게 사라지고 있던 망와(望瓦)를 모아 미술관 안에 상설전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표정의 망와를 보는 것은 언제라도 망외의 즐거움입니다.
그날 두 권의 책을 선물 받았는데, 그중의 한 권이 <명심보감>이었습니다. 明心寶鑑, ‘마음을 밝혀주는 보배로운 거울’이라는 뜻이지요. 동양의 여러 고전 중에서 마음에 새길 만한 구절들을 모아두었습니다. 가까이 두고 이따금 꺼내 읽는 책 중의 하나지만 새로운 번역과 편집, 새롭게 읽어야지 싶어 밑줄을 그으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대번 눈에 띄는 낯익은 구절이 있었습니다.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나니,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서 성글어도 새지는 않느니라.’ <도덕경>의 ‘천망회회 소이불실’이라는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하늘 그물이 허술해 보여도 빠뜨리는 것이 없다는 말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경각심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전해 받은 책에는 위의 구절을 설명하며 추목공과 맹자의 대화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노나라와의 충돌에 있어서 지휘관들이 서른세 명이나 죽었는데, 그 밑에 있는 백성들은 한 사람도 죽지 않았습니다. 상관이 죽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는 그들을 모조리 처벌하려니 수가 너무 많아 손을 댈 수 없고, 그냥 버려두면 앞으로도 윗사람 죽는 것을 미운 놈 바라보듯 하고 있을 터이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추목공이 물었을 때, 맹자가 대답을 하며 인용한 것이 증자의 말이었습니다. ‘출호이자 반호이자’(出乎爾者 反乎爾者)라는 말로, “네게서 나온 것이 네게로 돌아간다”는 뜻이었습니다.
흔히 ‘출호이 반호이’로 기억하고 있는 말입니다. 당장은 시절이 혼탁하여 선과 악을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지만,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는 하늘 그물이 있고, 모든 것은 그에게서 나와 그에게로 돌아가는 법, 더욱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 일이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