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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대표님] 실언(失言)과 실언(實言)

[김재은 대표님] 실언(失言)과 실언(實言)

by 김재은 대표님 2022.03.02

우수가 지나 경칩으로 가는 길, 겨울이 가고 봄이 올 거라 살짝 기대하며 살아가는 즈음인데 봄보다 먼저 온 것이 있다. 바로 말이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말의 성찬이 이어진다. 말의 창고의 앞뒤 문이 다 열렸는지 묵혀 두었던 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바야흐로 말의 시대이다.
그런데 ‘말’이다. 말이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은데 그 말에 대해 성찰해 보고 말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미국의 시인 워즈워드 롱펠로우는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은 상대방의 가슴속에 수십 년 동안 화살처럼 꽂혀있다”고 말한다. 채근담에는 ‘한 마디의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의 말을 더해도 소용없다’며 말의 신뢰성을 강조하고 있다.
말에 관한 속담도 많다. 말이란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가 두부 사온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위 속담들은 모두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한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기분이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삶의 온갖 지혜가 들어있는 것이다.
양파 실험의 예도 있다. 물 컵에 양파를 키우면서 수시로 사랑이나 감사의 뜻이 담긴 좋은 말을 하면 양파가 잘 자라지만, 미움이나 짜증이 담긴 나쁜 말을 하면 양파가 썩어버린다는 것이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는 확실하지 않지만 굳이 이런 현상을 터무니없는 경우라고 무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세계적인 말 전문가인 하버드 대학교의 다니엘 샤피로 교수는 상대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어 내려면 먼저 ‘상대의 감정을 움직이는 말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즉, 상대의 긍정적인 감정을 말로써 이끌어 내기만 하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말이 상대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일까?
도산 안창호 선생은 무실역행(務實力行) 사상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거짓이 없고 참된 것이 무실이며, 이를 행하기를 힘쓰라(역행)고 하였다. 참의 정신, 참의 실천으로 우리 민족을 교육시켜 갱생시키고자 하였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함께 말할 만한데 함께 말하지 않으면 그것은 사람을 잃는 것이다. 함께 말할 만하지 못한데 함께 말을 하면 그것은 말을 잃는 것이다. 知者(지자)는 사람을 잃지도 않고, 또 말을 잃지도 않는다.” 말이 중요하고도 어려운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논어 위령공편)
대선을 앞두고 끝없이 말이 이어진다. 대부분은 해서는 안 되는 말, 과장되거나 터무니없는 말인 실언(失言) 들이다. 이는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사람을 잃고, 공동체를 혼란에 빠뜨린다. 스스로를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실언실인(失言失人)이요, 실언득인(實言得人)이다. 이제는 실언(失言)이 아닌 참되고 진정성 있는 실언(實言)이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