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섭 시인님] 나목, 봄의 희망 기다리다
[이규섭 시인님] 나목, 봄의 희망 기다리다
by 이규섭 시인님 2022.03.04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이 겨울잠을 흔들어 깨운다. 봄이 오는 길목,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한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과 만났다. 지난해 11월 초 그의 고향인 강원도 양구의 군립 박수근미술관에 들렀지만 진품과의 만남이 적었던 아쉬움을 풀었다. 작년 봄 지자체 예산으로는 버거운 7억 8000만 원 들여 구매했다는 ‘나무와 두 여인’은 물론 기증받은 ‘굴비’도 보이지 않더니 이곳에서 만나 더욱 반갑다.
박수근(1914∼1965)은 현재 국내 약 20종의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명실상부한 ‘국민화가’로 그의 예술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유화, 드로잉, 삽화 등 총 174점으로 역대 최다 작품과 자료를 집대성해 공개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양구 군립 박수근미술관이 협업하고 유족, 연구자, 소장자 및 여러 기관의 협조로 이뤄졌다.
2007년 미술품 경매에서 45억 2000만 원에 낙찰됐다는 ‘빨래터’와의 만남은 횡재한 듯 감성이 풍성해진다. 박수근이 무명이던 시절, 자신에게 물감과 캔버스를 제공했던 미국인 존 릭스에게 선물한 그림이다. 2006년 소더비 경매를 통해 팔렸다고 한다. 공공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개인 소장’임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건희 컬렉션 작품 33점도 선보여 눈 호강을 톡톡히 누렸다.
1962년 작품 ‘노인들의 대화’는 이번에 첫선을 보였다. 미국 미시간대 조지프 리(1918∼2009) 교수가 1962년 대학원생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 샀다. 그동안 이 작품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다가 그가 타계한 뒤 미시간대 미술관에 기증되면서 공개됐다.
눈길을 끈 작품은 붉은 색감이 은은하게 감도는 ‘복숭아’(고대박물관 소장)다. 갈색, 회색, 황갈색이 주조를 이루는 그의 그림들과는 대조적으로 색채감이 도드라진다. 박수근 그림의 특징은 자신이 고안한 ‘마티에르 화법’이다. 유화물감을 4겹에서 많게는 22겹까지 바르고 또 발라서 작품 표면이 화강암처럼 우둘두둘하거나 오래된 나무껍질처럼 보인다.
박수근은 보통학교 학력이 전부로 미술을 전공하지 못했다. 1950년대 미군 PX에서 초상화를 그려주고 생계를 꾸렸다. 박수근을 주제로 소설 ‘나목’을 쓴 박완서(1931∼2011)는 박수근의 참혹한 시절을 소설 후기로 남겼다. ‘1ㆍ4후퇴 후의 암담한 불안의 시기를 최전방 도시인 서울에서 미치지도, 환장하지도, 술에 취하지도 않고, 화필도 놓지 않고, 가족부양도 포기하지 않고 살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림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자신의 화풍을 꿋꿋이 지켰다. 당시 추상미술이 유행했지만 흔들림 없이 자신 주변의 삶을 소박하게 화폭에 담았다. 맷돌질하는 아내, 동네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 아기를 업은 소녀, 기름장수 여인의 곤곤한 뒷모습 등을 그렸다.
박수근 그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나무다. 그가 다니던 보통학교 언덕에 있던 느릅나무가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고목’, ‘나무와 두 여인’ 등에 드러난 나무는 잎새를 떨친 나목이다. 시든 고목이 아니라 새봄을 준비하는 겨울나무다. 박수근의 나목에서 새봄의 희망을 읽었다.
박수근(1914∼1965)은 현재 국내 약 20종의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명실상부한 ‘국민화가’로 그의 예술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유화, 드로잉, 삽화 등 총 174점으로 역대 최다 작품과 자료를 집대성해 공개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양구 군립 박수근미술관이 협업하고 유족, 연구자, 소장자 및 여러 기관의 협조로 이뤄졌다.
2007년 미술품 경매에서 45억 2000만 원에 낙찰됐다는 ‘빨래터’와의 만남은 횡재한 듯 감성이 풍성해진다. 박수근이 무명이던 시절, 자신에게 물감과 캔버스를 제공했던 미국인 존 릭스에게 선물한 그림이다. 2006년 소더비 경매를 통해 팔렸다고 한다. 공공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개인 소장’임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건희 컬렉션 작품 33점도 선보여 눈 호강을 톡톡히 누렸다.
1962년 작품 ‘노인들의 대화’는 이번에 첫선을 보였다. 미국 미시간대 조지프 리(1918∼2009) 교수가 1962년 대학원생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 샀다. 그동안 이 작품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다가 그가 타계한 뒤 미시간대 미술관에 기증되면서 공개됐다.
눈길을 끈 작품은 붉은 색감이 은은하게 감도는 ‘복숭아’(고대박물관 소장)다. 갈색, 회색, 황갈색이 주조를 이루는 그의 그림들과는 대조적으로 색채감이 도드라진다. 박수근 그림의 특징은 자신이 고안한 ‘마티에르 화법’이다. 유화물감을 4겹에서 많게는 22겹까지 바르고 또 발라서 작품 표면이 화강암처럼 우둘두둘하거나 오래된 나무껍질처럼 보인다.
박수근은 보통학교 학력이 전부로 미술을 전공하지 못했다. 1950년대 미군 PX에서 초상화를 그려주고 생계를 꾸렸다. 박수근을 주제로 소설 ‘나목’을 쓴 박완서(1931∼2011)는 박수근의 참혹한 시절을 소설 후기로 남겼다. ‘1ㆍ4후퇴 후의 암담한 불안의 시기를 최전방 도시인 서울에서 미치지도, 환장하지도, 술에 취하지도 않고, 화필도 놓지 않고, 가족부양도 포기하지 않고 살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림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자신의 화풍을 꿋꿋이 지켰다. 당시 추상미술이 유행했지만 흔들림 없이 자신 주변의 삶을 소박하게 화폭에 담았다. 맷돌질하는 아내, 동네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 아기를 업은 소녀, 기름장수 여인의 곤곤한 뒷모습 등을 그렸다.
박수근 그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나무다. 그가 다니던 보통학교 언덕에 있던 느릅나무가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고목’, ‘나무와 두 여인’ 등에 드러난 나무는 잎새를 떨친 나목이다. 시든 고목이 아니라 새봄을 준비하는 겨울나무다. 박수근의 나목에서 새봄의 희망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