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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숨어 있는 세 개의 손가락

[한희철 목사님] 숨어 있는 세 개의 손가락

by 한희철 목사님 2022.04.28

유난히 남을 비난하는 일에 열심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그들의 비난은 날카롭기도 하고 단호하기도 합니다. 예리한 날을 지닌 칼이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대법관이 최종 판결을 내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거기에 집요함이 보태질 때도 있습니다. 지금의 비판만으로도 지나치다 싶은데 멈출 줄을 모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몰인정을 넘어 무자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상처를 헤집어 소금을 끼얹고 있다는, 이미 깊은 상처를 입고 쓰러져 숨만 겨우 쉬는 사람에게 확인사살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들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이상할 만큼 관대합니다. 다른 이에게 적용했던 엄격한 잣대를 자신을 향해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거두어들입니다. 다른 이들을 비난할 때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던 관대함과 너그러움이, 자기 자신을 향해서는 운동장보다도 넓고 바다보다도 깊어 보입니다.
그런 태도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준과 태도의 이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애써 모른 척할 때도 있고, 정말로 모르는 것 아닌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정말로 모르지 않는다면 어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을까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
<채근담>에 나오는 경구로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대하고, 자기 자신한테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격하게 하라는 말입니다. 경구에 담긴 의미가 대쪽처럼 다가옵니다.
옛말을 거울삼아 우리들의 모습을 비춰보면 엉뚱한 모습이 보입니다. 거울에 비친 우리들의 모습은 영락없이 ‘지기춘풍, 대인추상’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너그럽게 대하고,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격하게 대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누군가를 비판하며 하는 행동 중에는 손가락질이 있습니다. 손가락질 하나에도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의 마음은 충분히 담깁니다. 손가락질을 해보면 누군가를 지적하는 손가락은 검지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 세 개의 손가락이 나를 가리킵니다. 너무 과한 해석이 아니라면, 손가락 하나는 하늘을 찌르고 있고요.
결국 누군가를 향한 비난은 그런 의미 아닐까요? 누군가를 비판하고 지적하지만, 내가 지적하는 사람의 잘못보다도 그것을 지적하는 내 잘못이 훨씬 더 많습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곳의 손가락 세 개가 나를 향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누군가를 함부로 비판하고 지적하는 것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기도 합니다. 엄지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서로를 위하고 긍휼을 베풀며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를 향한 하늘의 뜻일 테니까요.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할 때마다, 내 안에 숨어 있는 세 개의 손가락을 살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