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박사님] 오월, 마음의 풀밭
[김민정 박사님] 오월, 마음의 풀밭
by 김민정 박사님 2022.05.02
이른 아침, 아버지 풀 짐 지고 오신다
휜 등에 가득 담겨 환해진 논둑길이
기울진 어깨에 실려/ 출렁출렁 따라온다
허공을 닦으며 풀 짐이 걸어갈 때
물결처럼 솟아오른 종아리의 푸른 혈관
어린 날 풀밭 속으로/ 시간이 흘러가고
그 시간, 왜 지날수록 질기고 가벼워지는지
스스로 무성해진 마음 풀밭 풀을 벤다
아버지 노동의 뿌리가/ 초록으로 다시 선다
- 임영숙, 「오월, 마음의 풀밭」전문
오월의 시작이다. 오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하늘은 푸르고 숲은 초록으로 물결 진다. 풀이 파랗게 돋아난 산과 들, 보리밭 이랑은 오월의 햇살 속에서 싱그럽게 일렁이며 그 아름다운 초록을 물결치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새벽부터 벌써 소에게 먹일 여물을 끓이기 위해 풀을 한 짐 지고 오신다. 아버지 휜 등에는 환해진 논둑길도 기울진 어깨에 출렁출렁 따라온다. 그 아련한 풀밭의 기억 속으로 시간은 흘러가고, 마음에 무성해진 풀밭을 베노라면 ‘아버지 노동의 뿌리가/ 초록으로 다시 선다’고 한다.
오월 푸른 풀밭을 보며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한다. 오월의 풀밭이 살아나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풋풋하게 살아나는 시조다. 그 싱그러움 속에는 유년에 대한 그리움도 출렁이며 다가온다. 오월의 풀밭을 보며 화자는 한껏 그 풀밭이 불러오는 향수를 즐기고 있다.
오월을 보고 있으면 해마다 봄이 새롭다. 조병화 시인님의 ‘해마다 봄이 되면’이 생각난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새로운 생명이 꿈틀거리고, 무엇인가 가슴속에서 용솟음침을 느끼게 된다. 종달새가 아니라도 날고 싶어진다. 그렇게 마음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은 무엇일까? 따뜻한 하늬햇빛일까? 일렁이는 바람일까, 저 움트는 초록의 힘일까? 뭔가 세상이 새롭다. 나도 새로워져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피천득 수필가님의 글이 생각나기도 하는 오월이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물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 피천득의 「오월」부분.
밝고 맑고 순결하고 아름다운 신록의 오월이 오고 있다. 이 아름다운 신록의 계절에 우리 자신도 푸르고 건강해져 저 연초록 잎처럼 싱싱한 삶이 되어야겠다.
휜 등에 가득 담겨 환해진 논둑길이
기울진 어깨에 실려/ 출렁출렁 따라온다
허공을 닦으며 풀 짐이 걸어갈 때
물결처럼 솟아오른 종아리의 푸른 혈관
어린 날 풀밭 속으로/ 시간이 흘러가고
그 시간, 왜 지날수록 질기고 가벼워지는지
스스로 무성해진 마음 풀밭 풀을 벤다
아버지 노동의 뿌리가/ 초록으로 다시 선다
- 임영숙, 「오월, 마음의 풀밭」전문
오월의 시작이다. 오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하늘은 푸르고 숲은 초록으로 물결 진다. 풀이 파랗게 돋아난 산과 들, 보리밭 이랑은 오월의 햇살 속에서 싱그럽게 일렁이며 그 아름다운 초록을 물결치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새벽부터 벌써 소에게 먹일 여물을 끓이기 위해 풀을 한 짐 지고 오신다. 아버지 휜 등에는 환해진 논둑길도 기울진 어깨에 출렁출렁 따라온다. 그 아련한 풀밭의 기억 속으로 시간은 흘러가고, 마음에 무성해진 풀밭을 베노라면 ‘아버지 노동의 뿌리가/ 초록으로 다시 선다’고 한다.
오월 푸른 풀밭을 보며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한다. 오월의 풀밭이 살아나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풋풋하게 살아나는 시조다. 그 싱그러움 속에는 유년에 대한 그리움도 출렁이며 다가온다. 오월의 풀밭을 보며 화자는 한껏 그 풀밭이 불러오는 향수를 즐기고 있다.
오월을 보고 있으면 해마다 봄이 새롭다. 조병화 시인님의 ‘해마다 봄이 되면’이 생각난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새로운 생명이 꿈틀거리고, 무엇인가 가슴속에서 용솟음침을 느끼게 된다. 종달새가 아니라도 날고 싶어진다. 그렇게 마음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은 무엇일까? 따뜻한 하늬햇빛일까? 일렁이는 바람일까, 저 움트는 초록의 힘일까? 뭔가 세상이 새롭다. 나도 새로워져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피천득 수필가님의 글이 생각나기도 하는 오월이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물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 피천득의 「오월」부분.
밝고 맑고 순결하고 아름다운 신록의 오월이 오고 있다. 이 아름다운 신록의 계절에 우리 자신도 푸르고 건강해져 저 연초록 잎처럼 싱싱한 삶이 되어야겠다.